지난번 칼럼을 쓰고 난 뒤, 속해 있는 단체의 블로그에 어떤 분이 댓글을 다셨다. 줄여서 표현하면, 내가 하는 얘기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 실제 현실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었다. 절반의 진실이라 생각한다. 지난번 칼럼은 진보정당이 지역이나 지방자치를 대할 때 어떤 마음으로 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은 글이기에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그 얘기가 궁금하신 분은 http://blog.grasslog.net/archive/709을 방문해보시길). 그래서 오늘은 좀 구체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

지금 지방선거에 대비하는 선거연합 논의가 한창이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선거인지라 그런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그 논의에 집중하다보면 깃발만 꽂으면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좀 환기시키는 논의가 필요할 듯하다.


민주노동당이 정책정당으로 활동하려면 정책을 세울 기본적인 정보와 자료들이 수집되어 정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홈페이지에 가면 주로 성명․논평, 활동보고, 운영위, 대의원대회 소식만 올라와 있지 지역에 관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내친 김에 민주노동당의 시․도당 홈페이지를 쭉 둘러봤다. 그런데 서울시당, 충남도당에만 약간의 지역자료가 있고 다른 시도당의 경우 자료실이라는 이름이 좀 무안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조차도 지방정부의 원자료를 올려놓은 수준이지 그 자료를 민주노동당의 관점에서 가공하고 주민의 눈높이로 설명하는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 민주노동당의 각 지역후보들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선거에 임할 생각인가? 물론 민주노동당이 히트시킨 몇 가지 공약들이 있지만 그 공약들을 지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그 지역의 실정에 맞게 공약들을 다시 가공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려면 그 지역에 관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당 내에서 지역별로 정책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지 제법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연구소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지역정보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다.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서 그렇다면 이해가 되지만 과거와 달리 기본적인 자료들은 지방정부의 홈페이지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시정백서와 각종 통계자료, 예산서 등을 PDF나 엑셀파일로 다운받아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필요한 자료가 공개되어 있지 않다면 민원을 넣거나 정보공개를 청구해서 그것을 직접 구할 수도 있다.


내가 사는 용인시의 2010년 본예산서를 그냥 쓱 훑어만 봐도 많은 문제점이 눈에 띤다. 일단 사회단체보조금이 14억이나 잡혀 있는데, 대부분이 관변단체의 운영비와 사업비로 지출되고 있다. 1조 1천억원이 넘는 예산에서 수송 및 교통부문 예산이 약 2,772억원으로 25%를 차지한다. 이 액수는 사회복지예산보다 무려 300억원이나 많다. 또한 교육체육과 시예산이 553억원인데 그 중 304억원이 엘리트 체육 및 생활체육 육성에 사용된다. 지역이슈가 별 것 있나, 이런 것들이 바로 이슈이다.


몇 년치 예산서와 시정백서, 도시기본계획, 복지계획 등을 늘어놓고 그 관계를 추적하다보면 지역에 관한 많은 얘깃거리들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정보들을 주민의 눈높이로 설명하고 이렇게 쓰일 돈이 사실은 다르게 쓰일 수도 있다고 얘기해 보자.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이 내거는 구호들을 추상적으로만 느낄까?


우리가 집권하면 이렇게 달라진다고 주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참여의지를 자극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판을 깔아야 한다. 지역의 상황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혼자 하기 힘들다면 당이 가진 역량을 지역으로 내려 보내라.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든지 일시적으로라도 사람을 보내 지역의 정보들을 정리하도록 도와주라. 거창하게 연구소를 세우려하니 차일피일 미뤄진다.


이제 진보정당에게는 감동을 주는 리더십만이 아니라 수치로 얘기하고 증명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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