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사소하지만 소중한...'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1.09.13 죽음과 지식 (4)
  2. 2011.07.21 돌을 맞이한 솔랑구...^^ (2)
  3. 2011.06.08 미네르바의 올빼미... (4)
  4. 2011.01.01 2011년...
  5. 2010.11.20 새 보금자리...
  6. 2010.10.28 낚였다!
  7. 2010.07.01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8. 2010.06.29 잠을 줄이자 (2)
  9. 2010.06.25 2010년 하반기의 새로운 과제들...
  10. 2010.04.23 살아있는 것들에게 말 걸기... (3)
posted by 몽똘 2011.09.13 22:17
추석을 삼일 앞두고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지병이 있었기에 전혀 예기치못한 죽음은 아니었지만 그 시기는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더구나 내 생일을 빌미로 오후에 인사를 드렸는데 그날 밤에 돌아가실 줄은...

갑작스러움은 공백을 남긴다.
떠난 사람에게 미처 말을 다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은 천근만근의 짐을 진 듯하다.
제대로 마지막 인사를 드릴 수도 없는 추석을 앞두고라면 더더욱 그렇다.

장례식을 치른 경험은 여러 번이지만 직접 주관하며 치른 장은 처음이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장례식장으로, 화장장으로, 납골당으로, 그 모든 과정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경험을 쌓았지만 처음인 일은 너무나 서툴고 불편하다.
힘이 들어서가 아니라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이다.
경험하지 못했기에 모르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왜 나는 이렇게 기본적인 삶의 과정에 관심이 없었을까, 왜 나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던가를 고민한다.

한국사회에서 죽음의 의미는 참 복잡하다.
그 죽음을 '소천'이라 불러야 할지, 아니면 '귀천'이라 불러야 할지도 논쟁이 될 수 있고, 그 모든 과정에 영리와 이권이 개입되어 있다.
그러면서 나는 그렇지 않은 죽음을 고민한다.

너무 먼 고민은 아니다.
나는 어떻게 죽을까?
내 죽음을 우리 솔랑이에게 어떻게 알릴까?
어떻게 하면 존엄하게 죽을 수 있을까?

이런 기본적인 물음에 답해야 한다.
신고
posted by 몽똘 2011.07.21 08:58

크느라 고생이 많았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커주길...


신고
posted by 몽똘 2011.06.08 07:03

얼마 전 아는 선생님께 건강진단을 받았다.
내가 병원을 워낙 믿지 않는 관계로 한의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는 간과 갑상선, 췌장 등등이 좋지 않고 과로와 지나친 두뇌회전, 호르몬 불균형 등이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각시가 바로 관리에 들어갔고 나는 나름 일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날로 약을 지어 먹고 있는데, 약을 먹으면 머리가 무겁고 무릎 밑이 다 저렸다.
계속 그래서 어제 다시 선생님을 뵙고 왔다.
등에 부황을 놓고 피를 빼고 뜸을 놓고를 반복, 검은 피는 콸콸콸.
선생님 왈. "다른 한의원에 가면 이걸 보고 중풍이 올 거라고 그래요."
.....................
내 나이에 너무 생소한 단어를 들었다.

무조건적인 휴식과 TV를 보며 멍 때리라는 아주 어려운 처방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어제 저녁 TV를 보며 멍때리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머릿 속으론 써야 할 원고들이 날아다니고 남은 일정들이 떠오르고.

그러다 11시 쯤에 너무 지쳐서 땅에 등을 댔다가 그냥 잠이 들었다.
요상한 꿈을 꾸다 일어나 이 글을 쓴다.

필생의 역작 3부작은 나올 수 있겠지?
일을 정말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노력해봐야 할 듯.
어쨌거나 건강을 조심해야겠다.
신고
posted by 몽똘 2011.01.01 23:56

2011년...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우리 각시를 만난 뒤부터 매년 뜻깊은 일 세 가지를 정하는 연말정산을 하곤 했다.
2010년, 내게 가장 뜻깊은 세 가지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사건은 솔랑이의 탄생이다. 아렌트의 말을 빌린다면, "
인간 존재의 탄생과 죽음은 단순히 자연적 사건이 아니라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 고유하고 대체불가능하며, 복제불가능한 실재인 유일한 개인들이 이 세계에 왔다가 이 세계를 떠난다…특별히 인간적인 삶의 주요 특징은 ­이러한 삶의 출현과 소멸이 세계의 사건들을 구성하는데­ 삶 자체가 언제나 사건들로 가득차 있다점이다. 단순한 생명(zōē)과 구별되는 삶(bios)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종의 행위’(praxis)라고 말했다."  솔랑이의 탄생은 이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 파장이 어떤 파장들과 공명하며 울리고 삶을 구성할지는 지켜봐야 하겠다. 솔랑이의 건투를 빌 뿐이다.

두번째 사건은 느티나무도서관과의 만남이다. 2008년 장서개발강좌에 강사로 초대된 인연이 2010년으로 이어졌다. "누구나 꿈꿀 권리를 누리는 세상,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비전을 가진 느티나무도서관. 도서관이라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도서관에서 만난 관계들이 조금 시큰둥하던 나의 변화를 또 한번 자극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의 껍질벗기는 필요없으리라던 나의 오만을 깨고 다시금 껍질을 벗고 새로운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의 반상근으로 일하며 두 발을 푹 담굴 예정이다.

세번째 사건을 정하기가 예상외로 매우 힘들었다. 첫번째, 두번째는 너무나 분명했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는데, 세번째는 좀 어려웠다. 한 해 동안 만난 사람들도 너무 다양했고 그런 만남이 만들어낸 파장도 다양했기에... 그래도 그중 가장 큰 의미를 둘 만한 일은 삶과 앎을 조금더 구체적으로 일치시킬 수 있는 지적 자극을 받았다는 점이다. 더글러스 러미스의 [Radical Democracy]는 아주 많은 지적 자극을 줬고, 베란다에 만들기 시작한 텃밭은 추상적으로 이해했던 '농적(農的) 사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줬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자극들이 삶과 앎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게 해줬다. 내 곁을 지켜주는 우리 각시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갈등도 그런 자극이 되었고... 어쨌거나 내가 나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분명하게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대략 2010년은 내게 이런 해로 기억될 것 같다.

2011년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살아봐야 알겠지...
신고
posted by 몽똘 2010.11.20 21:55

느티나무도서관재단에서 반상근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도서관운동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내 고민을 풀어가게 되었다.
재미있겠지?
덤으로 솔랑이까지 도서관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면 좋은 기회이다.

새로운 나날과 새로운 만남을 위해...
신고
posted by 몽똘 2010.10.28 14:17
어제 저녁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사인의 기자분인데 인구센서스 조사란에 본인이 가입한 시민단체와 정당을 표기하는 란이 있다는 얘기였다.
사실 센서스 인터넷 조사에 참여하라는 우편을 받았지만 '국민의 의무'라는 말에 빈정상해서 일찌감치 재활용 용지통으로 던져버렸던 차였다.

그 얘기를 듣자 기분이 확 상하면서 이런 미친 **들이란 욕이 절로 나왔다.
통화를 하던 기자분이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질문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를 하며 끊긴 했는데 분을 삭힐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우리 각시에게 이런 미친 **들이라 욕을 하다 그 참담한 실체를 확인하려 인터넷 센서스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번호를 입력하라? 이미 우편은 던져버렸기에 없어. 그래서 주소를 입력하고 어찌어찌 들어갔다
우리 집에 방이 몇 개인지, 부엌이나 화장실 시설은 공용인지, 별 걸 다 묻는 구만.
몇 명이 사는지 그건 왜 궁금해?
이렇게 마구 궁시렁거리며 목표인 단체와 정당 표기를 찾아 광클릭을 하며 넘어가는데...

허걱, 조사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가 뜬다.
뜨억. 끝..났..단..다...

옆에 있던 각시는 혀를 찬다.
쯧쯧... 결국 조사에 응한 게 됐구만...

ㅠㅠ
신고
posted by 몽똘 2010.07.01 18:16
어제 상현동에서 느티나무 사람들을 만나 가볍게 맥주를 한잔 하고, 희갑, 종환, 대성님과 도서관 근처에서 소주 한잔을 더했습니다.
덕분에 집에 아주 늦게 돌아왔고, 조용히 방에 들어가려는데 아뿔싸 방문이 잠겨 있더군요.
늦은 귀가에 대한 벌이라 여기고 마루에서 잠을 청했습니다(실은 문이 고장났더군요.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하지요...--;;).

용인에 이사온지 5개월 정도 됐습니다.
느티나무에서 이런저런 분들을 만나며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인턴들을 보며 또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다 문득 장일순 선생님의 글귀가 생각났습니다.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조금씩 돌아보며 살아야겠다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도서관 정리 하느라 다들 바쁘실 텐데요... 아무래도 오늘은 집안일에 열중해야 할 듯 싶습니다.--;;

생각난 김에 장일순 선생님의 말을 느티나무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군요.
장일순 선생님의 말씀을 모은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이라는 책에 실린 글입니다.

-------------
밖에서 사람을 만나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꼭 강가로 난 방축 길을 걸어서 돌아옵니다.
혼자 걸어오면서
'이 못난 나를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또 '오늘 내가 허튼소리를 많이 했구나.
오만도 아니고 이건 뭐 망언에 지나지 않는 얘기를 했구나.'
하고 반성도 합니다.

문득 발 밑의 풀들을 보게 되지요.
사람들에게 밝혀서 구멍이 나고 흙이 묻어 있건만
그 풀들은 대지에 뿌리내리고
밤낮으로 의연한 모습으로
해와 달을 맞이한단 말이에요.
그 길가의 모든 잡초들이
내 스승이요 벗이 되는 순간이죠.
나 자신은 건전하게 대지 위에 뿌리박고 있지 못하면서
그런 얘기들을 했다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신고
posted by 몽똘 2010.06.29 08:26
어제 용인시민신문이 주최한 용인시장 인수위 평가 좌담회에 다녀왔다.
덕분에 용인시 분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인수위가 주요 공약으로 시민참여예산제도를 내걸었기 때문에, 예산과 시민참여의 연관성을 주장하다 돌아왔다.
사실 용인시는 경상비 비중이 낮고 투자사업이 많아 지금까지 쓸데없는 대규모 개발사업(대표적인 것이 경전철)들이 계속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이 부족하다 외치지만 사실 엄살에 불과하다.
중앙정부가 내려주는 교부금과 보조금을 합치면 차고 넘치는 감도 없지 않다.
그 돈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날려먹고 결국은 주민 부담으로 돌린다(요즘은 지방채까지 발행한다).
용인도 대표적인 개발도시로 그 후폭풍을 심하게 맞을 듯하다.

느티나무도서관 관장님이 내년에 시민사회의 역량을 전체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참여예산조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연결시키면 재미있는 일들을 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용인시 면적이 너무 넓어서 품이 많이 들겠지만...ㅠㅠ

요즘 읽는 책들이 좀 재미있다.
조지 오웰의 [위건부두로 가는 길]은 '르뽀'가 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아, 이 사람의 시야는 참 넓구나. 사람들의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을 기록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다.
물론 오웰이 가진 편견도 드러난다. 식민주의나 생태주의를 가볍게 보는.
그래도 좋은 책이다. 한국의 사회주의자, 또는 좌파들도 좀 반성을 하면서 읽어야 할...

우리 각시가 팬클럽을 자처하는 진태원 선생이 각시에게 선물한 책을 가로채서 읽고 있다.
발리바르가 쓴 [우리, 유럽의 시민들?]이라는 책이다.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그쪽 그룹들(랑시에르, 아감벤 등)이 하는 얘기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다.
비슷한 얘기들을 이렇게 두껍게 써야 하나, 라는 생각이 자꾸 들기도 하는데...쩝...

느티나무 도서관의 장서개발강좌에 참여하는데, 읽어야 할 책이 많다.
그것도 주로 두꺼운 책으로만...
[100권의 금서]는 절판이두만 어디서 구해야 하나...

식민지 시기의 농민을 다룬 이기영의 [고향]은 도서관에서 빌려놓고 아직 읽지도 못했다.

마음은 급한데 시간은 부족하고...
쩝. 잠을 줄여야지 뭐. 고3 때도 줄이지 않던 잠을...ㅠㅠ
신고
posted by 몽똘 2010.06.25 17:42
지난달 한양대 연구소를 그만뒀고, 이제 내가 하고싶은 일들만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 꼭 그래야 하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아기가 태어나는데 그러지 않으면 아기를 어찌 볼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아이를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아이에게 아빠, 엄마가 살아온 세상을 떳떳하게 보여주고는 싶다.
그 다음은 자신의 몫이겠지.

하반기에 새로 시작할 몇 가지 일들이 있다.
지금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맡은 청년인턴들과의 책읽기 모임을 더 열심히 해야 할 거고, 책읽기를 넘어 사람을 읽고 지역사회를 읽는 법, 그래서 그 친구들도 30, 40대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종적인 목표이다. 내가 4년 뒤에 수도권을 떠나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같이 찐하게 술을 마셨더니 더 정이 가는 친구들이다.

경희대 대학생협이 여러 가지 실험을 준비하는데, 거기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다. 사무국장님이 한양대 대학원 수업을 들은 인연도 있지만 일단 스스로 뭔가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시다. 어차피 내가 수업을 하는 곳이니 학생들과의 관계도 있고... 방학 때는 학회를 꾸리고 있거나 앞으로 꾸릴 친구들을 모아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고, 2학기 때에는 경희대 대학생협이 생협 내에서 참여예산제도를 실행한다고 하니 그것도 좀 봐줘야 할 듯.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기획하는 함께하는 시민학교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관전(?)하면서 든 생각을 실현해 보기로 했다. 이른바 '청년정치학교'를 진행할 생각이다. 다음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4년 동안 체계적으로 지역분석과 활동, 평가를 겸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생각이다. 청년실업의 시대이니 정치인도 하나의 직업으로 고려해봄직 하다. 내 구상대로 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진행해볼 생각이다. 주변에 정치학자들이 많으니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 아기와 관련된 공부도 좀 열심히 해야 한다. 육아계에 소문난 '삐뽀삐뽀 119'란 책을 슬쩍 펴보기만 했는데, 왠지 마음이 쓱 가지 않는다. 아마도 서양의학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된 탓인 듯. 후배가 보내준 [예비아빠의 철학]이란 책도 쓱 봤는데, 뭐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없다.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섬찟한 제목의 책도 있는데, 제목이 너무 강렬해 손이 가지 않는다.^^;; (된장, 별걸 다 기억하는군. 난 기억이 없는데). 어쨌거나 애를 키워야 하니 이것저것 공부를 좀 해야 하는데...

어쨌거나 하반기에 몇 권의 책을 낼 생각이다(몇 권이라고 하니, 좀 거스기하네).
러미스의 [Radical Democracy]를 후배랑 번역해서 내야 하고, 남몰래 비장의 카드로 준비하는 에리코 말라테스타(E. Malatesta)의 [At the Cafe]라는 책도 1/3 정도 번역을 끝냈다. 남의 글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내 글을 쓰는 작업으로 [삶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책도 완성해야 하는데, 이거 왠지 자꾸 우선순위가 밀린다. 진짜 하반기에는 일주일에 딱 하루만 강의(하루에 8시간 강의를 하는 빡센 삶)하고 나머지 요일은 육아와 공부로 나눠서 잘 활용해야 하겠다. 어제 만나 막걸리를 마신 낮은산 출판사의 정우진씨에게 약속한 책도 좀 구상해 봐야 하고(이건 내년에 써야 하겠지). 내년에 쓸 책으로 '생활정치'와 관련된 자전적 에세이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상해야 할 듯. 요즘 읽고 있는 책들도 좀 정리를 해야 하는데. 쩝(읽은 책은 반드시 리뷰를 쓴다는 계획이 읽는 양에 밀려서 잘 안된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짬짬이 들어오는 교육과 원고를 생각하면...

에구, 어쨌거나 새 생명이 지구상에 태어날 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고맙고 두렵다.
신고
posted by 몽똘 2010.04.23 20:25
이사를 하면서 베란다를 가지게 되었다.
생명과 자급의 삶을 얘기하면서 정작 내 삶에는 자급의 여지가 없었는데, 베란다가 생기면서 이제 그 삶을 누리게 되었다.

플라스틱 화분이지만 그 속에 흙을 채우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아침 저녁으로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공기를 쐬여 주자 어느새 작은 싹들이 하나둘씩, 조금 지나니 무리를 지어 고개를 내밀었다.
저 가냘픈 것들이 어떻게 흙을 뚫고 나왔을까 신기했다.
그리고 이미 죽은 듯한 바싹 마른 씨앗에서 저리 푸른 싹이 자라다니...
새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얼마나 진실되지 못한지를 깨닫는다.
이미 죽어버린 듯한 세상도 이렇게 작은 조건만 맞춰줘도 새로운 시작을 만드는데,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니, 그 얼마나 오만한 말일까...
아침, 저녁으로 그 생명의 변화가 신기해서 베란다를 서성이곤 한다.

내친 김에 콩나물도 기르리라 맘 먹었다.
콩나물콩을 구해 물에 불렸다가 시루 속에 넣고 아침 저녁 시간 날때마다 물을 붓고 따르기를 반복했다.
가려줄 천이 없어 그냥 보자기를 접어 위에 가만히 덮어두었다.
정말 물 말고는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았건만 콩나물들은 정말 무럭무럭 자랐다.
일주일 지나니 먹을만치 길게 자랐고 어제 첫 수확을 했다.
첫 수확이니 나눠먹으려 친정집에 콩나물을 좀 보냈다.
남은 콩나물로 국을 끓여먹으니 왠지 마음이 다르다.
콩나물 대가리 하나도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생명은 조건만 맞춰지면 스스로 잘 자란다.
어떻게 클지는 그 자신만이 알겠지만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공부를 시킨다.
어느새 고추, 깻잎, 상추, 청경채, 쑥갓의 싹들이 베란다를 가득 메우면서, 얘들과 어떻게 더불어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혹 비좁지는 않을까, 심을 곳과 흙을 더 구해 넓혀줄까, 남은 음식물로 퇴비를 만들어 볼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자라는 것들과 얘기를 나눈다.
쓰러진 작은 싹 하나라도 일으켜보려 신경을 쓰게 된다.

고맙다.
희망을 품게 해줘서...
신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