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을 읽고 있다.

한 권은 내가 잠깐 들린 '현장'에서 언제나 '살고 있던' 조약골이 쓴 [운동권 셀레브리티](텍스트, 2011)이다.

용산의 레아, 홍대의 두리반, 강정마을, 내가 몇 시간 남짓 들린 곳에서 조약골은 살고 있다.
이 책은 그의 활동과 음악, 열정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좀처럼 듣기 어려운 그의 과거 이야기까지 등장하는...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좀 궁금하긴 하지만 제목과 동떨어진 내용은 아니다.
나중에 본격적인 서평을 한번 쓰겠지만 아쉬움은 '거리'이다.
자서전 형식의 글이 삶과 거리를 두긴 어렵겠지만 현장에서 사는 사람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고민이 담겨있었으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아 아쉽다.
그 치열한 현장이 날것으로 드러나지 않고 그의 시선만으로 정리되어 아쉽다.

다른 한 권은 내가 좋아하는 길동무이며 탁월한 문화비평가인 문강형준이 쓴 [파국의 지형학](자음과 모음, 2011)이다.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인데 그가 미국에서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얼마나 열심히 읽고 듣고 보고 정리하며 사는지를, 미국에서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이곳과의 끈을 놓치지 않고 사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아쉬운 점은 그의 글에 '현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가 보고 읽는 다양한 텍스트들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드러내고 해부하지만, 현장에 사는 사람이라면 묵직한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얘기들이 길게 부연설명된다.
그가 한국에 돌아올 날을 기대하게 되는 건 그에게 다시 현장이 주어졌을 때 폭발할 날카로움 때문이다.

독자이기에 가능한 상상이지만 이 두 권의 책이 하나로 섞이면, 현장과 비평이 하나로 섞이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질 듯 싶다.
아직 기대할 게 많은 사람들이기에 아쉽지는 않다.

김중미씨가 문정현 신부님의 구술을 받아 쓴 [길 위의 신부 문정현, 다시 길을 떠나다](낮은산, 2011), [에코토피아]를 쓴 어니스트 칼렌바크와 마이클 필립스가 쓴 [추첨민주주의](이매진, 2011)도 곁들여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

아카이브 출판사가 보내 준 사진집 [사람을 보라](아카이브, 2001)는 감동적이다. 우리의 일상을 깨고 들어오는..

스테판 하딩의 [지구의 노래](현암사, 2011)와 에메 세제르의 [식민주의에 대한 담론](그린비, 2011)을 읽고 있는데 묵직한 느낌이다(그런데 66페이지에 불과한 세제르의 책은 가격이 만원이다. 꽤나 어이가 없는 가격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