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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29 땡땡책협동조합, 책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다(월간 아젠다)
posted by 몽똘 2013.10.29 00:03

땡땡책협동조합은 독서모임과 출판사가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간단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대형출판사와 대형서점이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그런 책을 읽으라며 강요하고 그런 책들만 유통하는 현실을 거부하고 싶었다. 정말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면, 남이 골라주는 것만 편식하는 우리의 마음은 병들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남 탓만 하지는 말고 우리 자신의 힘을 기르고 싶었다.

땡땡책협동조합은 출판사와 독서모임의 ‘직거래’를 통해 ‘정가’를 넘어선 ‘적정가격’으로 책을 교환하며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좋은 책을 ‘책임소비’하려 한다.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함께 모여 책을 읽으며 우리가 사는 사회에 관해 고민하고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함께 하려 한다. 또한 그런 과정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시 책이라는 형태로 구체화시켜 우리의 앎과 삶을 다시 연결하려 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이런 생각들을 계속 떠들고 다녔더니 동의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2013년 4월 5일 페이스북에 그룹을 만들었고, 4월 동안 세 번의 설명회를 개최했다. 오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략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책을 함께 읽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2013년 4월 27일에 발표된 그린비출판사 노동조합의 첫 번째 성명서는 제법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린비출판사나 보리출판사처럼 노동조합이 있고 진보적인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에서도 출판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땡땡책협동조합이 책을 만드는 ‘노동자’에게 관심을 쏟고 ‘출판노동’을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협동조합에 관해 아는 사람도 있고 말만 들어본 사람도 있고 처음 듣는 사람도 있어 5월부터 땡땡책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공부모임을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의 시야가 넓어져야 어려운 길을 함께 헤쳐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5월 동안 협동조합을 함께 공부했고 6월에는 출판유통구조와 편집자의 삶에 관해, 7월에는 출판노동과 인쇄노동, 외주노동에 관해 공부하고 독서모임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마침내 8월 28일 첫 번째 발기인 모임이 구성되었고, 10월 5일 창립총회를 열 예정이다.

첫 번째 발기인모임에 참석한 26명의 발기인들은 “참여, 연대, 자치, 공정출판, 얼굴, 지식의 공동생산, 간지(맵시), 즐거움, 사회적 감수성, 뒷풀이, 술, 다양성, 만남의 즐거움, 공부+모임, 시대정신의 전환, 민주주의, 관계, 사람, 출판노동, 인쇄노동, 인식의 노동, 정서의 노동, 직거래, 지지와 관심, 자기성찰, 외연의 확장, 독서모임, 친구, 실천, 나무(木), 내파, 친환경, 지역사회, 변화, 유통구조, 유쾌 발랄, 자립, 환대, 자율, 상상력, 우정, 공유”라는 단어가 정관의 목적에 들어가길 원했다.

정관의 목적에 들어갈 단어들 중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술’과 ‘뒷풀이’인데, 땡땡책협동조합의 뒷풀이는 사람과 사람을 잇고 이웃과 연대한다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중요하지만 특별한 건 없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통통 튀는 사람들이나 폼 나는 이벤트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야기를 안주 삼아 긴 밤이 이어진다. 뒷풀이의 매력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자기 속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내 속의 기운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협동도 그런 게 아닐까? 우리는 가끔씩 취향을 공유하지만 정작 일상적인 노동과 생활은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일상을 공유해야 협동조합이 가능하다.

어떤 이는 이게 운동단체이지 무슨 협동조합이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허나 이미 우리 역사에도 비슷한 협동조합이 있었다. 1978년 부산에서 만들어진 <양서(良書)협동조합>은 책을 거래하고 모임을 조직해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했다. 양서협동조합의 정관은 우리보다 훨씬 더 거창하게 “경제적 민주주의와 협동주의에 입각한 참다운 자주, 자립적 경제 질서의 전 사회적 확산”을 목적으로 삼았다. 선배들이 있었으니 발걸음을 더 힘차게 내딛을 수 있다고 믿는다.

땡땡책협동조합의 사업은 아직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건 친구출판사와 독서모임을 잇는 직거래이고, 책은 목적을 공유하는 친구카페로 거점공급된다. 출판사와 독서모임 카페라는 거점을 연결하는데,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과 사람들을 잇고 싶다.

그 외의 사업들은 발기인들이 모여 논의하고 있는데, 협동조합을 공부할 때 사업에 관한 한 차례 워크숍을 가졌고 거기서는 ①독서여행, ②같이 읽고 삶을 나누는 독서모임, ③가치있는 책을 같이 만들기, ④간통(間通)하는 책수다, ⑤얼굴이 있는 책거래가 땡땡책협동조합의 사업으로 논의되었다. 지금 땡땡책협동조합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사업 역시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다. 출판편집자와 출판노동자, 연구자, 그냥 직장인, 한의사, 백수, 단체 활동가 등이 모여서 논의하니 흥미로운 일들이 계속 생긴다.

지난 9월 13일에는 ‘숨겨진 밀양책 찾기’라는 기획독서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밀양송전탑 건설과정에서 드러난 한전의 거짓말과 반대운동의 경과, 탈핵희망버스 참가자의 수기, 밀양송전탑이나 핵발전소와 관련해 읽으면 좋을 책과 영화를 소개하는 소책자가 제작되어 인터넷에 배포되었다. 조합원으로 참여할 사람들이 기획부터, 정리, 편집, 삽화, 디자인, 교정을 각자 맡았다.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기획독서회는 앞으로도 계속 구성될 거고, 그 내용들이 때때로 소책자로 만들어져 배포될 예정이다. 그리고 자칫 경쟁자로 여겨질 수 있는 동네서점이나 출판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지원하고 조합원들의 삶을 지원할 땡땡책기금도 모으고 있다.

아직 창립하기 전이지만 여러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땡땡땡책협동조합은 자기 길을 이미 걷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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