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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14 겉도는 용인시의 주민참여예산제(용인시민신문)
posted by 몽똘 2012.03.14 09:33
 

용인시가 지난 1월 31일 주민참여예산제 운영계획을 공고했다. 조례만 덜렁 만들지 않고 운영계획을 만들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더불어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지역회의를 구별로 만든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운영계획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가장 큰 문제점은 주민참여의 권한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용인시의 예산을 다루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5개 분과별로 사업의 우선순위에 관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위한 설명회나 토론회를 개최할 뿐 예산을 조절하거나 결정할 권한을 가지지 않는다. 각 구별 예산을 다루는 지역회의도 해당 구청의 예산편성 방향과 중점투자분야에 관한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집약하지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에서 전체 투자사업의 우선순위를 최종심의하고 결정한 후에 예산부서에 제출한다고 했는데, 이 총회는 8월에 열린다. 최종예산안이 만들어지는 11월말까지 3개월이나 빈다. 이 3개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민들이 제출한 의견이 용인시의 예산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


둘째, 용인시는 주민참여예산의 참여범위를 일반회계에서 5억원 이상의 자체사업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용인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2년 예산서에 따르면, 전체 예산은 약 1조 6,845원인데, 일반회계가 1조 2,571억원, 특별회계가 4,257억원이다. 그러니 전체 예산의 25%가 주민참여예산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일반회계에서 자체사업의 재원인 지방세수입과 세외수입이 전체 예산의 약 60%로, 국비나 도비보조를 받는 40%의 사업이 또 다시 제외된다. 여기서 5억원 이상의 자체사업을 추리면 주민들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의 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용인시에 따르면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에 70%의 예산을 조기집행할 계획이라 한다. 그런데 운영계획에 따르면 분과위원회는 6~7월에 개최된다. 예산의 70%가 집행된 뒤에 열리는 분과위원회가 무엇을 얼마나 다룰 수 있을까?


셋째, 용인시는 자치행정, 문화복지, 경제환경, 도시주택, 건설교통의 5개 분과위원회와 처인구, 기흥구, 수지구의 지역회의를 위원회별, 구별로 자율운영한다고 밝혔다. 자율운영이라니 좋은 듯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분과별, 구청별로 논의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시청이나 구청의 사업들은 서로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함께 논의할 부분들도 많다. 더구나 분과위원회에는 본청의 국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오는데, 그러다 보면 주로 용인시의 입장에서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물론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가 최종심의 기능을 갖지만 최종 심의를 하기 전에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지역회의도 용인시의 전체적인 계획을 알아야 구청에 사업을 제대로 제안할 수 있다. 그렇게 논의해야 주민들이 제출한 의견이 실제로 반영될 수 있고 주민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정치교육 기능이 강화된다. 말 그대로 분과위원회와 지역회의가 자율적으로 서로 의견을 나눌 수도 있지만 용인시의 넓은 면적과 주민들의 바쁜 일상을 고려할 때 그런 공감의 자리를 제도화시키는 게 옳다.


현재 용인시는 3개 구에서 주민참여예산제 설명회를 진행했다.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가 표현되었다. 이 참여의 열기를 계속 이어가야 제도가 성공할 수 있다. 2012년에 제대로 된 실험을 진행하지 않으면 2013년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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