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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13 청년 극우화의 사회 현상(정세와동향 8호)
posted by 몽똘 2013.06.13 14:14

 - 일베만의 문제인가?

<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인터넷 사이트의 줄임말인 ‘일베’가 사회적인 논쟁의 화두가 되고 있음. 2009년에 만들어졌고 대표적인 우파 사이트로 불리는 일베에서는 하루 동안 게시물을 조회하는 수가 400만을 넘는다고 하니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 그동안 일베 게시판에서 여성이나 다문화 여성, 장애인 등 사회의 소수자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잦았음. 그러다 최근 일베 게시판에 “광주 5·18은 고정간첩들과 북괴놈들 내려와서 벌어진 일”이라느니 희생당한 광주시민을 “홍어 택배”라고 부르는 글이 올라오면서 사회적인 파장이 커지고 있음.

 

그동안의 일베 게시물을 분석한 ‘일베 리포트’를 보면, 게시물에 사용된 주요 단어는 “씨발, 존나”(5,417건), “여자”(4,321건), “노무현”(2,339건), “盧”(1,564건), “광주”(1,622건), “종북”(1,633건), “민주화”(1,204건), “섹스”(616건)임. 노무현과 광주, 종북, 민주화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 건 민주화에 거부감을 가진 일베의 성향을 보여줌.

 

그런데 이런 현상이 일베만의 특징은 아님. 일베의 등장은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와 무관하지 않고, 특히 경제적, 문화적인 면에서 배제되고 있는 청년층의 확대와 연관성을 가짐.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거나 사상을 주입당해 보수화된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기존의 권위에 대한 파괴적인 성향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음. 그래서인지 힘에 대한 강한 욕망을 보임.

 

하지만 이런 상황논리로 일베의 등장을 분석하는 건 단편적일 수 있음. 과거에는 보수적인 분위기에서도 민주화를 외치며 많은 청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단편적인 분석은 어려움. 그리고 일본에서도 ‘넷 우익’이라 불리는 집단이 세를 불리고 있고, 유럽에서도 인종주의가 강해지고 있다는 현실 변화를 고려해야 함. 특히 논란 이후 중앙 일간지들은 일베를 문제집단의 집합소로 몰아세우고 있는데, 이는 우리 스스로 깊이 성찰해야 할 지점을 놓치게 함.

 


- 누가 일베인가?

 

일베가 대중의 관심을 받은 건 걸그룹인 시크릿의 일원인 전효성이 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한 일 때문임. 일베에서 민주화는 반대나 싫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를 사용한 것임. 그리고 최근 밝혀진 것을 보면 일베에는 교사나 의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음. 즉 특정한 연령이나 직업, 계층으로 정의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이 일베에 접속하고 있음.

 

일베가 문제되자 민주당의 몇몇 국회의원은 일베의 운영을 법적으로 중단시키고, 광주시는 광주와 관련된 발언을 한 일베 회원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힘. 이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그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낳는다는 지적이 있음. 냉소와 분노가 동시에 공존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상식으로 평가되기 어렵고, 실체를 드러낸 극우파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잠재된 냉소하는 사람들임.

그러니 일베를 법에 따라 처벌하거나 일베를 무시하거나 그것에 관심을 끊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님. 물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폭력에 가까운 발언들이 있고 그 말을 통해 자기 힘을 과시하고 쾌감을 느끼려는 태도는 지극히 위험해 보임. 하지만 그 극도의 위험성은 불안감의 정점에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도 함.

 

어쩌면 우리 아이, 내 친구, 내 동료들이 일베에 들어가 글을 남기는 사람일 수 있음. 그렇다고 우리 속에도 일베가 있으니 모두가 내 탓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님. 한국사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개인화해서 어떤 사회적 조건으로 만들곤 함. 가령 어려운 삶을 산 개인이 순간적인 분노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사이코패스’로 분류하며 이를 그의 성장과정 탓으로 몰아붙이곤 함. 최근 일베 사이트에 ‘인증’이 자주 올라오는 건 그런 규정에 대한 반감이기도 함.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서로 마음의 심연(深淵)을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함. 타자의 눈에 비친 내 속의 심연을 대면해야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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