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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5 닫힌 교육에서 열린 교육공동체로
posted by 몽똘 2012.02.15 01:08
교육공동체 '벗'의 회지에 쓴 글이다.

총회에 강의를 갔다가 얼떨결에 조합원 가입을 했지만 어쩌면 그 얼떨결이 필연일 수도 있다, 필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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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원고마감 3일 전에, 그것도 주말을 낀 채, 전화해서 원고를 달라는 불친절한 사무국에 불만이 생깁니다. 하지만 잘 보이면 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어 소식지 글을 씁니다.ㅎㅎ


이런저런 일로 계속 바쁘기는 하지만 대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대학을 그만둔 이유는 카페 글을 참조해 주세요.^^). 아이랑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지요. 예전에도 아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매일 품고 사니 아이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자면서 쌔근쌔근 숨을 쉴 때 콩닥거리는 가슴도, 뭔가를 가리키는 작은 손놀림 하나도, 아빠를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 하나도 이제는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아빠들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 대해 배울 곳이 없습니다. 마땅한 책도 없구요. 그래서 지난 1․2월호에 실린 박찬희 선생님의 글을 아주 공감하며 읽었어요. 남자들이 겪는 ‘사회적 단절감’이라는 말, 무척 공감합니다. 동네 공원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눈에 남자는 무척 낯선 존재입니다.


그나마 저는 동네 도서관에서 주부들과 ‘사회과학강독회’라는 독서모임을 하기에 단절감은 적은 편입니다. 그리고 옷이랑 그림책이랑 필요한 것을 가져다 주시고 걷어 입히고 읽히니 돈도 거의 안 들고 참 좋습니다.^^ 단점(?)은 수다와 오지랖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


동네에서 주부들이랑 얘기를 나누다보면 역시 최고의 화두는 교육입니다. 경제나 정치 쪽 책을 읽을 때는 보통 2시간이면 모임이 정리됐는데, 교육 관련 책을 읽으니 2시간을 넘기가 다반사입니다. 이제서야 고교평준화가 되는 야만적인 동네라 그렇기도 하고, 학원가가 밀집된 동네라 그렇기도 합니다. 학원을 보내는 엄마들은 보내서 걱정, 안 보내는 엄마들은 안 보내서 걱정입니다.


제가 대학을 그만뒀다는 소식, 앞으로 새로운 대학을 만들겠다는 다짐에 주부들은 많이 공감합니다(물론 공감만!^^). 뭔가 다른 대안을 찾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많습니다. 그러다 급기야 『영혼없는 사회의 교육』을 쓰신 이계삼 선생님을 직접 모시고 얘기를 들어보자는 사고를 쳤습니다. 아마 도서관이 아니라 독서회가 직접 저자를 모시고 강연회를 갖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이라 불안불안 하지만 그래도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도 큽니다.


저는 배움이라는 것이 꼭 학교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을 곳곳이,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현장들이 배움의 터전이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그런 공간들이 서로 엮이지 않고 모이지 않은 채 따로따로 존재하니 힘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 힘들을 그냥 엮어주기만 해도 새로운 배움이 시작될 거라 믿습니다. 제가 앞으로 하고픈 일은 그런 일들입니다(벗 조합원들의 많은 격려와 지지를!^^).


예전에는 그냥 머리로만 생각했는데 아이가 어린이집을 들어가면서 생활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자존감이 강한 듯합니다(아이의 사주를 봐준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엄마, 아빠의 도움을 원할 때는 분명히 얘기하고 웬만하면 자기 손으로 뭔가를 하고 싶어 합니다. 20개월 된 놈이 밥도 혼자 먹고 옷도 혼자 입겠다며 나서는 걸 보면 대견한데요(물론 귀찮기도 하죠.ㅎㅎ).


문제는 어린이집에 보내니 그 체계가 걸립니다. 어린이집에 보낸 지 2주 정도 됐는데 아이의 눈빛이 쾡합니다. 혼자 밥 먹는 아이에게 밥을 먹여 주고, 혼자 물 마시는 아이에게 물을 먹여주고, 혼자 입으려는 아이에게 입혀주고.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오면 한 10분 동안 아이는 아빠 품에 안겨서 멍하게 있습니다. 그 어린이집이 나쁘지 않은 곳인데, 여러 아이들을 적은 수의 선생님들이 ‘관리’하다 보니 아무래도 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그런데도 왜 어린이집에 맡기냐구요? 엄마, 아빠도 살아야 하니까요...^^;;)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한정된 공간에 아이들을 두고 기르는 건 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발상을 뒤집으면 어떨까?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을 성장의 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지금 제 고민은 그것입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이나 대안학교이 동네에 있지만 그다지 땡기지 않는 건 그곳 역시 닫힌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않고 땅과 소통하지 않는(개인적으로 농사를 짓지 않는 공동육아나 대안학교는 대안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닫힌 체계에서는 대안이 나올 수 없다고 믿습니다. 동네의 도서관, 복지관을 비롯한 공공시설, 동네 곳곳의 거리, 시민사회단체, 협동조합, 기타 등등의 공간들이 서로 엮여 아이들이 성장할 기반을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통제하지 않아도 스스로 규율을 만들고, 굳이 가르치려 들지 않아도 배움을 찾는. ‘아이 한 명이 자라려면 한 마을이 필요합니다’라는 말의 의미도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아빠는 이런저런 고민하며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 걱정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보며, 한국에 있는 핵발전소들의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소리소문 없이 감춰지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러니 벗의 조합원들에게도 정당이 필요하다면 지금 녹색당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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