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근원적으로 되풀이되는 물음, 국가란 무엇인가
한 세기 전의 한 아나키스트가 일깨우는 통렬한 비전

아나키즘 정치 이론에 중대한 공헌을 한 역사적 문헌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23년에 걸쳐 씌어진 대화

아나키스트 조르조가 어느 모퉁이 카페에서
열일곱 밤에 걸쳐 다양한 인물들과 어울려 나누는
국가와 사회에 관한 거침없는 논쟁

“자본주의와 중앙집권화된 국가가 미치는 폭력의 정점에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무엇이 사회의 근본인지를 잘 보여준다”


【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국가의 역할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집회 현장에서 “국가가 책임져라”, “누구의 정부인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글귀를 종종 접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이 질문을 먼저 풀어야 했던 과거 한 아나키스트 선배의 이야기이다. 외국의 이야기로만 들을 수 없다. 봉건제도와 외세에 맞서 농민들이 무기를 들었던 갑오년이 120년을 돌아 지금 우리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당시 무장봉기했던 동학 농민군의 고민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을까? 우리는 당시의 농민들보다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여기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을 헛되이 되풀이하지 않는다. 인민의 삶을,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것을 구성하고 운영할 방법을 근원적으로 고민하게 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삶을 만들 수단을 가진 사회’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

『국가 없는 사회』(영어판 『At the Cafe: Conversation on Anarchism』, 2005)는 지금처럼 국가 혹은 정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득한 때에, 우리가 바라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대한 실천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 이 책은 1897년부터 1920년까지, 23년에 걸쳐 이탈리아 아나키스트인 에리코 말라테스타가 수배와 구속을 거듭 겪으며 집필한 원고들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씌어졌으며, 국가폭력의 본질을 고발하며 국가 없는 사회 구상의 비전을 그려낸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분명하다. 인민이 스스로 힘을 기르고, 생활의 수단을 가지고, 사회를 구성하자는 점을 설득하고 그러한 운동을 선전하기 위해서다. 이 목적을 위해 읽기 쉬운 대화 형식으로 글을 썼고,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면서 아나키스트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자 치안판사, 부르주아지, 노동자, 자영업자, 공화주의자, 대학생, 군인 등을 대화 상대로 등장시켜 말을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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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코 말라테스타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그는 일찍이 학교를 떠나 혁명가의 길을 걸었고 여러 차례 감옥살이를 했으며, 무장봉기를 이끈 지도자, 총파업을 꿈꾸며 인민을 조직한 활동가이면서 평생 일을 멈추지 않은 노동자였다. 바쿠닌, 크로포트킨, 엠마 골드만과 함께 아나키즘 운동을 이끌었고, 사상과 행동, 설교와 실천이 일치하는 혁명가이자 상냥하고 따뜻한 심성의 인간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창 아나키즘 선전과 조직화가 왕성할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레닌’(말라테스타는 자신은 결코 지배자, 폭군이 아니라며 그러한 표현을 거부했다)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이 짧은 책에는 그의 뜨겁고 치열하던 생애가 잘 녹아들어 있다. 말라테스타는 숱한 구속과 수배 생활에도 불구하고 삶의 노선이 굳건했다. 다름 아니라 국가 혹은 정부 권력을 바꾸는 혁명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치받는 욕구들이 자기 힘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원리가 그의 노선이었다. 그리고 그 노선을 평생 일관된 목소리로 선전하고 조직 활동에서 실천했다. 그러한 하나의 사례가 바로 이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1897년에 쓰기 시작해, 구속과 수배 및 역사적인 사건들 때문에 중간중간 단절을 겪으며 1920년에야 현재의 구성으로 마무리되었으니 무려 23년 간 집필된 셈이다(그러던 사이 틈틈히 토막 원고들을 자신이 편집하는 잡지나 신문에 싣곤 했다). 앞서 적었듯, 말라테스타는 일생을 쉬지 않는 노동자로 일하면서 동시에 혁명가로 살았다. 크로포트킨과 만났을 때도 말라테스타는 어느 가게 벽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러 망치를 들고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생애는 그의 글과 활동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 분명하다. 말라테스타는 공허하고 추상적인 단어, 배운 척하는 어려운 단어나 인용구는 피하고 언제나 명확한 표현만을 사용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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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없는 사회’라는 비전을 두고 우리가 논쟁을 시작한다면 어떤 대화들이 가능할까. 말라테스타는 이 책에서 우리를 그러한 논쟁으로 한껏 끌어당긴다. 이 책 속에서는 치안판사, 부르주아지, 노동자, 자영업자, 공화주의자, 대학생, 군인 등이 등장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웅변하고 서로 논쟁한다. 여기서 치고받는 ‘질문’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과 행동을 기획할 지점들을 비춰준다. 최근 경찰과 국가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이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는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데 오히려 한 세기 전의 인물들이 나눈 대화와 통찰들에서 우리는 지금의 문제의 핵심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원고는 ‘가상 대담’ 형식으로 씌어졌는데, 사실 당시 카페 등에서 실제 벌인 토론의 기록이리라 짐작할 수 있다. 말라테스타는 원고를 집필하던 시기에 사람들과 격렬한 토론을 벌이다 다리에 총상을 입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 대화로 짐작하는 또다른 이유는, 말라테스타가 언제나 감시를 받던 신분임에도 자주 카페에 나와 토론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그는 바라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은 끊임없이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과 대화하고 설득하여 뜻을 모으는 방법뿐이라고 굳게 믿은 혁명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옮긴이의 표현대로 말라테스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민 속으로 파고든 선동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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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나키즘 사회, 그리고 ‘자유로운 공산주의’라고도 표현하는 사회 구상을 목표로 삼는다.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한 가장 일차적인 반발은 무정부 사회의 무질서 상태를 어떻게 통제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말라테스타가 말하는 비전은 ‘자유로부터 질서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중앙집권화된 국가로 인한 사회 폭력의 정점에 사는 우리에게 이 책은 무엇이 사회의 근본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렇기에 근본적인 전환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참고점들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로 이 책은 새롭게 시작하는 사회 구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그것이 옳고도 가능하다는 점을 믿을 수 있게 해준다. 아나키즘에 궁금증을 가지거나 아나키즘에 회의를 품은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문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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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未知)의 만남은 흥미롭다

 

항상 그런 마음이 있었다. 익숙한 것을 지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면 좋겠다는. 내가 믿고 지지하는 것이 몇몇 사람들의 대안이 아니라 정말 사회의 대안을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마을모임을 기획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었다.

마을이라는 말이 여기저기 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반갑기도 했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전국이 마을로 힐링을 하려는 건가. 마을로 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을 텐데, 왜 마을만 얘기할까. 어느 순간 마을은 정부의 정책에도 등장하고 기업의 광고에도 등장하는 무채색의 개념이 되어 버렸다.

물론 마을은 자치와 자급을 가능케 하는 삶의 중요한 기반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기본적인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고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가 짓밟히며 성소수자와 청소년의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사회에서 마을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정도의 능력을 마을이 정말 가지고 있나? 그리고 마을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들이 그 마을에 걸맞게 주민들과 함께 진행되며 한국사회를 바꾸고 있나? 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라는 말이 사업으로 변해 얘기되는 것을 볼 때마다 이런 물음이 생겼다.

그리고 마을의 활동이 더 작고 구체화되는 건 좋지만 그 자체로 자족적인 모임이 되어버리면 내부의 관계는 돈독해지나 점점 외부로부터 고립된다. 사실 마을이라는 말이 이런 고립감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에 마을에만 있으면 사회에 대한 감각이 점점 둔해진다. 완전히 마비되지 않으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 주변엔 온통 착한 사람 뿐인데, 왜 세상은 개판인가? 내 직장은 개판인데, 마을은 왜 이리 아름답나? 이러면 사람이 정신분열증에 걸리는 거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일관될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뉘면 삶이 온전해지기 어렵다.

또한 마을의 자급능력은 점점 줄어들고 필요한 기능을 외부에서 끌어다 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를 유지하려면 다양한 노동이 필요하다. 경비를 서고 계단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택배로 물건을 나르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많은 일들을 대신해주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데 이 분들은 마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나? 대부분이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하는 약자들이다. 아름다운 마을에서 이 분들의 자리는 어디일까?

이 모임을 기획한 건 이런 고민을 함께 풀면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였다. 매번 만나는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라 좀 낯선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딱히 답은 안 나와도 여러 가지 질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마을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갑작스런 연락에 모두들 순순히(?) 응해주셨다.

이 분들을 모신 이유를 설명하다보면 이 책을 기획한 이유가 좀 드러날 것 같다. 대담에 참여하신 분들을 하파타 순으로(가나다 순의 반대로) 한분씩 소개하자면, 한채윤씨는 인권운동을 하는 우리 각시 덕분에 알게 된 분이다. 한국 최초의 동성애전문지 <버디>의 편집장을 오랫동안 맡았고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퀴어문화축제, 마포민중의 집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채윤씨는 이성애 중산층 가족 중심으로 흘러가는 마을운동에 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실 것 같았다. 마을주민이라는 무채색의 개념은 보고 싶지 않은 사람, 보이지 않길 바라는 사람을 지워버리는 말이기도 하다. 특히 2013년에는 마포구가 “LGBT(성소수자), 우리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라는 현수막의 게시를 허가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알다시피 마포구는 성미산 마을이 있는 유명한 곳이다. 그곳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박영길씨는 청주에서 오랫동안 지역사회운동에 몸을 담았다. 지역사회운동이 그러하듯 안 해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여러 일을 했고(운동 외의 일도) 마을만들기 운동에도 관여했다. 공부방 운동을 하던 중 생활교육공동체의 필요성을 느꼈고, 공부해서 용되자는 공룡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공룡의 활동가들은 농사짓고 카페와 도서관을 운영하고 영상기록물을 만들고 지역노동운동에 개입하며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공룡의 활동은 정형화되지 않는다. 어느 때는 농사를 지어 옥수수와 고구마를 팔더니, 어느 순간에는 밀양송전탑 싸움현장이나 유성노조 농성장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201312월에는 지역코뮌학교 동동(動同)을 세우고 노동과 인권, 경제와 노동, 글쓰기, 대안금융운동, 도시 연구 등 하나같이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는 공룡의 활동은 마찬가지로 정형화될 수 없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고민들을 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김정찬씨는 종로를 중심으로 모인 여러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품애라는 단체에서 활동한다. 이번에 모인 사람들 중 나와 가장 짧은 인연을 가진 분이다. 내가 품애를 처음 접한 건 카페 토크콘서트 마빠기(마을에서 빠진 이야기)’라는 곳에 이야기손님으로 초대되면서였다. 인터넷으로 품애를 검색해서 카페를 찾아갔지만 정체(?)를 분명히 알 수 없었다. 품애는 결혼식이나 돌잔치같은 마을잔치를 착하게 준비하고 장애인과 함께 걷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음악회도 연다. 운동처럼 보이지 않지만 마을에 필요한 일이고 그 속에 운동의 의미가 스며드는 활동들이었다. 이런저런 사업들을 많이 하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기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신범씨는 죽음을 부르는 직업병으로 유명했던 원진레이온 사건으로 만들어진 원진재단이 세운 녹색병원의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일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와 작업환경 개선, 직업병 문제 해결, 환경문제 조사 등을 하는 곳이다. 경북 구미시에서 불산이 유출되었을 때도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현장을 측정해 안전하다는 정부발표를 뒤집었다. 김신범씨가 2010년 제주인권회의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발표하실 때 그를 처음 만났다. 부끄럽지만 그때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고 마을 내 노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김신범 씨는 공장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을 다룰 때 소비자의 건강도 안전할 수 없다며 공장 안과 밖을 연결하는데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심이 마을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상철씨는 오랫동안 진보정당운동에 몸을 담아왔다. 처음 만났을 때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처지였는데 그 뒤에 정당인으로 만났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서울시당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노동당 서울시당의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도시계획이나 주택정책, 문화예술정책에 관심이 많고, 자료를 꾸준히 검토하고 공부하는 성실한(?) 정치가로 불린다. 그가 속한 노동당 서울시당의 논평은 날카로운 논리와 깔끔한 글솜씨로 꽤 명성을 날리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마을운동이 탈정치화되었거나 되고있다는 비판이 심심찮게 들리는데, 이 부분을 속 시원하게 짚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지역사회운동이 정당정치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다.

권단씨는 2002년에 옥천신문 기자로 입사한 뒤 옥천에 살며 옥천농민회, 옥천살림, 옥천순환경제공동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치와 자급이고, 이를 가능케 할 방법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섞이는 공론장을 꼽는다. 충청북도 옥천군은 안티조선운동으로 유명했던 곳인데, 1989년에 주민들이 직접 옥천신문사라는 지역언론사를 만들었다. <옥천신문>을 통해 지방정부 감시부터 사회적 경제 함께 만들기까지 다양한 활동들이 엮인다. 농민과 지역의 먹을거리, 주민자치에 관심이 많은 권단씨가 아침마다 페이스북에 올리는 글은 많은 사람들의 좋아요를 받으며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권단씨를 통해 비수도권 농촌에서 마을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좀 듣고 싶었다.

좋은 분들을 모셨지만 이 논의에 여성활동가가 함께 하지 못했음은 참 아쉬운 일이었다. 주변에 여러 여성활동가들이 있음에도 같이 얘기를 나누자고 제안하지 못했다. 한 차례 사루비아 다방의 김인민씨가 참여했지만 그 뒤 일정이 맞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다. 이 부분은 계속 아쉬움으로 남는다.

엄청나게 바쁜 사람들이 달마다 한번 토요일에 모여 이야기 한마당을 펼쳤다. 사실 이 원고에는 그 뜨겁고 즐거운 열기를 모두 담지 못했다. 그리고 가끔 “(웃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분위기를 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4시간씩 웃고 떠들며 수다를 떨었던 몇 차례의 모임은 끝났지만 단지 얘기만이 아니라 함께 할 실천들을 찾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이 책은 많은 고민을 나눴던 모임의 결과물이다. 독자들도 이 책에서 어떤 해답보다 새로이 고민해야 할 질문들을 많이 찾으면 좋겠다.

이후연구소 창립선언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지만 실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현재의 조건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2050년, 많은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미래가 달라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래라고 얘기하지만 이미 실현되고 있는 현재이고 파괴된 과거의 누적입니다. 지금 여기서 시작되어야 하는 미래에 개입하기 위해 이후연구소는 창립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이후연구소는 실험실로서 참여자들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주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크게 방향성만 보면 토건사회에서 공존사회로의 전환, 재난사회에서 인권사회로의 전환, 고탄소사회에서 탄소제로사회로의 전환, 성장사회에서 순환사회로의 전환, 중앙집권형 국가에서 연방국가로의 전환, 관료주의에서 민주주의로의 전환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새로운 참여자가 생기면 더욱더 새로운 주제들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이후연구소는 희망찬 청사진보다 힘들고 어려운 전환의 구체적인 조건들을, 번드르르한 말보다 삶의 언어를 다듬겠습니다. 흩어지는 냉소의 언어보다 연결고리를 만들 연대의 언어를 찾겠습니다. 파국을 두려워하며 피하기보다는 파국을 직시하며 길을 만들겠습니다. 이후연구소의 길에 함께해 주세요.

2019년 11월 1일
이후연구소

 

□ 이후연구소는 후원회원의 월회비가 아닌 연회비로 운영됩니다(월회비 하실 분은 알아서 자동이체로). 후원금은 연구소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인건비와 사업비로 사용됩니다.
- 후원회원에게는 소장과 참여자들이 쓴 책들이 저자 싸인본으로 증정됩니다(어쩌면 개이득).
- 연회비는 십만원, 이십만원, 삼십만원 등 기타(월회비는 알아서 자동이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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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연구소 2020년 사업계획

□ 이후연구소의 사업은 그 해의 핵심사업과 다양한 주제의 실험실들로 구성됩니다. 핵심사업은 소장이 주도해서 진행할 연구활동사업이고 실험실은 참여자들을 모아서 진행됩니다(물론 소장이 각 실험실들에 어느 정도 관여할 겁니다). 매년 연말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핵심사업의 결과물은 책으로 정리되어 후원회원들에게 무료로 배송될 예정입니다. 2020년 핵심사업은 두 주제 중 하나로 진행될 예정입니다(주제는 회원에게만 공개.ㅋㅋ).

□ 실험실은 연구소가 제안하는 주제와 실험실 개설을 원하는 참여자들이 제안하는 주제로 개설될 예정입니다.
- 참여자가 없거나 활동이 뜸해지면 실험실은 폐쇄됩니다.
- 실험실마다 랩(lab)장을 두고 연구소 사정에 따라 활동비와 사업비를 지원할 생각입니다(그런 날이 빨리 오면 좋겠쥬). 당분간은 연구소 사정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는 실험실 주제는 기획해서 활동비와 사업비를 마련할 생각입니다(기획서 작성은 연구소가 지원합니다).
- 사업지원을 받는다면 실험실 진행상황을 1년에 두 번 공개할 생각입니다. 일종의 중간보고회, 최종보고회인 셈인데요. 옥천과 참여자들이 활동하는 실험지 두 곳에서 진행할 생각입니다.
- 후원회원들은 실험실 개설을 제안하고 보고회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2020년의 실험실 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더 자세한 설명은 회원에게만.ㅋㅋ).
- 농촌 실험실: 농촌의 관점에서 도시의 문제를 바라봅니다.
- 선거 실험실: 2020년 총선을 맞이해 선거결과가 아니라 ‘선거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선거과정을 정리합니다.
- 기후위기 실험실: 기후위기가 한국의 일상에 미칠 데이터들을 정리하고, 관련된 정부정책들을 정리합니다.
- 추가 개설 예정

□ 실험실과 별개로 공부모임과 연대사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 공부모임은 옥천과 서울에서 동시에 진행할 생각인데, 서울의 경우 땡땡책협동조합이나 옛따책방 등과 함께 진행할까 합니다.
- 제주녹색당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현안대응팀’을 진행하고 있고, 공익재정연구소와 ‘세금판다 시즌2’(시즌1은 여기로. (https://www.youtube.com/channel/UCQDAKvtsbubivQdPi5mHe_A)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 이 많은 일들을 혼자서 다할 수 있냐구요? 음, 뭐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드는데, 함께 할 사람들이 생길 거란 기대가 있습니다. 가급적 가볍게 연구소를 운영할 생각입니다.ㅎㅎ

회원가입은 여기로...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NmvmpatYr2Vh-dGJCrQBSNowFTkGRxH7tz4On3iCblkVs1A/viewform?fbclid=IwAR3OwYicuL913t0EakwLjEDb-GN_3VlmPDRf-VteSctzpM7PNyceVICxI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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