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주주의는 매우 약하다.
기득권층이 지배하고 재벌이 승승장구하며 이명박이 집권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취약한 게 아니다.
우리네 민주주의가 약한 것은 그것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몸으로 겪으며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우리네 민주주의는 언제나 머릿속 아테네를 떠다닌다.
경험적이지 않기에 그 지식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돌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지식인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무슨 무슨 민주주의를 떠들기는 하지만 그 민주주의가 실제 공간에서, 일상 생활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얘기하는 지식인은 아주 드물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제도의 수준에서만 얘기되지 실제 삶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흥미로운 자료를 발견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진행되는 회의인 듯한데, 회의 발표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
http://tlc.oise.utoronto.ca/wordpress/conferences/
800페이지에 가까운 발표문들이 PDF파일로 묶여 있다.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1섹션: 시민권의 학습과 참여민주주의 - 논쟁과 개념, 이슈들
2섹션: 학교에서의 민주주의 학습
3섹션: 고등교육에서 민주주의 학습
4섹션: 비공식 교육기관에서의 민주주의 학습
5섹션: 사회운동과 정당에서의 민주주의 학습
6섹션: 지역공동체에서의 민주주의 학습
7섹션: 지역과 지방 거버넌스에서의 민주주의 학습
8섹션: 전지구적 맥락에서의 민주주의 학습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읽어보진 못했으나 서구사회에서는 시민권(citizenship)이 다시 핵심적인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여성과 이주민, 청소년처럼 기존의 시민권 논의에서 배제되어온 정치주체들을 능동적인 정치주체로 포괄할 수 있는 방안들이 계속 논의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참으로 대조적이라 얘기할 수 있다.

지금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가제)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잡고,
선거만이 아니라 주민소송, 주민투표, 주민발의, 참여예산제도 등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
정당에 가입하고 정당활동을 하는 방법,
시민사회단체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방법,
웹상에서 이슈를 조직하고 알리는 방법,
동네를 조직하고 정치화하는 방법 등을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다음 달까지 마무리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 책의 목적은 한 가지이다.
최소한 뭐라도 한 가지 하면서 욕을 하고, 내 속의 분노를 정치적인 에너지로 전환시켜보자는...
그런 과정에서만 민주주의가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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