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pick-up] 정치가 밥 먹여 준다 정말로~ 515호

정치가 밥 먹여 준다 
정말로~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
하승우, 유해정 지음
북하우스 펴냄
1만 3800원

 

Book mark 
‘찌질한’ 것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시키는 대로 따르며
사는 건 얼마나 굴욕적인가.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나는 거대한 부정에는 눈을 감으면서 작은 일에만 분노하는 소시민이 된다.
 (p. 65)  

 

       


대학에 다닐 때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이 부담스러웠지만,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다. 전공 수업이 폐강되거나 수업의 질이 떨어질 만큼 많은 인원을 한 강의실에 몰아넣어도 그러려니 했다. 내 일인데 꼭 남의 일 같은 느낌…. 등록금은 ‘당연히’ 갖다 바치면서 자신이 대학에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학점 관리, 동아리 활동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 굳이 복잡한 문제에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바뀔 수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욕하기도 귀찮아 냉소로 일관할 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를 읽다 다음과 같은 문장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이처럼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이에 정치인들은 시민의 돈과 시간을 자기들 마음대로 쓴다. 국민의 세금을 마치 자기 집 곳간처럼 마음대로 빼다 쓴다. 그런데도 정치가 내 일이 아니라고?” 그 다음에는 이런 문장들이 이어진다. “만일 정치에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생각이라면 세금도 내지 말고 군대도 가지 말라. 열심히 일해서 왜 남 좋은 일을 시키나. 군대 가서 열심히 복무하며 왜 엉뚱한 사람들을 지켜주나?” 

 

 

 

정치가 뭐임?
선거철만 되면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며 선거판에 뛰어드는 정치인들. 그런데 당선이 되고 나면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국민의 상전’으로 군림하신다. 쌈박질에 큰소리는 기본, ‘니들이 잘 몰라서 그래’라며 오히려 국민을 가르치려 드신다. 게다가 어느 머슴이 시키는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주인 돈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는가.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에서는 우리가 머슴들을 그렇게 거만하게 만들었으니 스스로 반성하며 이제 제대로 된 주인 노릇 좀 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그러려면 정치에 대해서 무관심할 게 아니라 아주 잘 알아야 한다. 이 책에는 정치인들에게 빼앗긴 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담겨 있다. 선거를 통한 정치 참여, 정당 가입, 엔지오(NGO) 활동, 미디어와 개인 블로그를 활용한 여론 형성, ‘시민의 불복종’을 주장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직접 맞서기…. 어렵지 않다. 혼자 뛰어들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테지만, 여럿이 힘을 모으면 변화를 위한 발판이 된다. “행복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의식이나 준법정신, 근면함과 성실함이 아니라 바로 정치이다. 왜냐하면 정치는 개인이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모여 해결하는 과정이며, 나와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행복의 조건을 실현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란? “같은 마을에서 한편에는 재물이 썩어 넘치고 다른 편에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잘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다.” 먹고살기 급급하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미룰 게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게 정치 참여와 민주주의란 말이다. 


평균 재산 35억원이라는 정치인들이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얼마나 가슴 깊이 헤아릴 수 있을까? 다른 세대에 비해 투표율이 눈에 띄게 낮은 20대를 위한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할까?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6월 2일 지방 선거에 현명한 한 표를 던지자. “그래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지금 책을 접는 게 좋다. 그냥 팔자려니 생각하고 평생 사장님이나 상사에게 치이고 평생 국가에 ‘삥 뜯기며’ 살아도 좋다면 말이다.” 이 문장들을 읽기 전까지 ‘삥 뜯기는 줄도’ 모른 채 살아왔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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