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니 좋은 소식이 하나씩 들리나 봅니다. 지난해 잠시 인사만 드리고 올라와서 계속 궁금했습니다. 생활정치서산시민모임(생서모)이 어렵게 뗀 첫걸음을 어떻게 이어갈까, 멀리서나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겨울의 움츠림을 끝내고 새 봄의 도약을 시작하신다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람의 마음도 조금 설레이게 됩니다.

한국에도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입은 닫혀 있고 마음은 무겁습니다. 봄보다 먼저 찾아온 황사가 우리 시야를 뿌옇게 흐리듯이, 경제위기와 생태계 위기를 비롯한 온갖 위기들이 마음을 더욱더 무겁게 합니다. 그런 무거움을 덜어줘야 할 정치가 오히려 더 위태로우니, 이제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단어를 들어도 냉소를 하게 됩니다. 아마 지방에서 생활정치운동을 펼치는 것은 더욱더 힘든 일이 겁니다. 직접 현장에서 함께 활동하지 않으면서 객쩍은 소리나 하는 게 좋지 않지만 같은 길을 가는 동무라 생각하고 몇 마디만 드리려 합니다.

생활정치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하지만 사람만큼 참 변하기 어려운 존재도 없습니다. 그래서 생활정치를 하는 건 참 어렵기도 합니다. 이미 편견과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고 그 사람들과 어울러 함께 변화해야 하니까요. 운동은 여러 사람들 중에서 우리 편만 골라내는 과정이 아니라 남이었던 사람들을 우리로 만드는 과정이니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야 합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면서 모임의 틀을 넓혀가야 합니다. 그렇게 어울리면서 삶을 나누고 공감하게 될 때 생서모의 힘은 몰라보게 성장할 겁니다.

그리고 사람의 일인지라 생활정치운동은 의도대로 풀리는 경우가 아주 드뭅니다. 더구나 이미 권력을 나눠가진 자들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정치를 펼치는 사람들은 많은 실패와 아주 가끔의 성공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작은 성공을 통해서만 큰 성공의 기반을 닦을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의 속도를 조절하며 주민들과 함께 여러 번의 작은 성공을 만드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런 성공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을 정치의 주체로 바라보고 지역의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주민들이 그런 경험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생서모가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합니다(프로그램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http://blog.grasslog.net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상대방의 행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면 방법을 짜기가 쉽습니다. 중앙정부의 일은 여러 언론들이 열심히 다루지만, 지방정부의 일은 특별한 사건이 없으면 자연스레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지방정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료를 찾고, 부족하거나 의심스런 내용은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아내야 합니다(정보공개센터 http://www.opengirok.or.kr/의 도움을 받아도 좋습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에 잠깐 들려보니 제법 많은 자료들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서산시의 2009년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보면 서산시가 그리는 큰 그림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잠깐 살펴봐도 서산시가 지역개발을 빌미로 민간자본을 많이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특별회계에서 도시개발특별회계가 226억원이나 됩니다). 무엇을 위해 어떤 과정을 밟아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단체보조금 현황을 보니 2009년도에 서산시는 시내 84개 단체에 6억 4천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어떤 단체들이 무슨 사업으로 얼마의 보조금을 받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사업비를 받은 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사업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소식을 듣고 생서모의 시작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각종 보조금이 지역에 많이 풀릴 겁니다. 생서모의 번뜩이는 눈과 우직한 실천이 지역사회의 대안을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곧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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