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수지구의 느티나무도서관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으며 간단한 소감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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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설명회를 다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했더군요.
그만큼 많이 궁금하고 할 말도 많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건 내용보다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멋지고 찬란한 비전보다는 어떤 내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었는지, 그 과정에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던 건지,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그 '시점'을 왜 함께 고민할 수 없었던건지...
예정시간을 훌쩍 넘긴 긴 시간이었지만 참여했던 분들의 궁금증이 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 설명회 때 읽으셨던 그 문서도 결국 공개하지 않는 거군요. 지금까지도 올라오지 않은 걸 보면요.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하셨지만 정말 그런지는 잘 따져봐야 하겠지요.
재단이고 공공도서관이니 지켜야 할 절차가 아마 있을 겁니다.
저는 절차에 밝은 사람이라 차차 그 문제를 잘 고민하고 따져보겠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들...
세상 사는 데 그런 게 없을 수 없겠지요.
허나 어디까지만 말할 수 있다고, 우리가 왜 이 자리에서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느냐고 선을 긋는 순간, 대화는 무의미해집니다.
마치는 순간에도 변하는 건 없을 거라고 못을 박으시더군요.

느티나무의 역사는 자료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로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록들을 검토해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왜 사람들은 참여할 수 없었는지, 저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 강한 '확신'은 어떻게 만들어 진걸까...

어쨌거나 설명회는 끝났고,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일상은 다시 잠잠해 지겠지요.
하지만 어제와 오늘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저부터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느티나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하게 되겠지요.
예전에는 느티나무가 있어 참 행복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이제는 느티나무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얘기를 하겠지요.
얘기를 하면서 계속 어떤 상황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누구도 행복하지 못할 이 상황을요...

사회과학강독회는 다음 주에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볼 생각입니다.
독서회는 계속하겠지만 어떤 정체성을 가질지는 회원들의 판단에 맡길 생각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독서회로 남을지, 아니면 다른 정체성을 가질지...
아마도 느티나무도서관 북카페에서 했던 제 개인적인 모임들도 장소를 바꾸게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외부의 다른 자리에서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나 도서관 분들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반갑게 인사하지 않더라도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시구요.^^;;

느티나무와는 2008년 9월의 장서개발강좌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수지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것에도 느티나무와의 인연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1년 느티나무도서관재단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사회과학강독회를 만들어 좋은 분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 소중한 기억들은 계속 마음에 남겠지요.

안타까운 작별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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