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못 살겠다 갈아보자?

 

간디의 나라로 익숙한 인도에서 총파업이 벌어졌다. 지난 2013년 2월 20, 21일, 약 1억 명의 인도노동자들이 정부의 신자유주의 조치에 대항해서 48시간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인도 전체 인구가 약 11억 명이니 그중 1/10이 파업에 참여한 셈이고, 이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파업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대체 누가 이런 거대한 파업을 이끌었을까? 인도에도 여러 노조연합체들이 있는데, 이번 파업에는 노동조합의 규모와 상관없이 석유, 은행, 보험, 통신, 광산, 운송, 보건, 농업 등의 대다수 노동조합들이 힘을 합쳐 총파업에 나섰다. 그리고 노동조합과 함께 많은 지역의 시장, 상점, 관공서, 학교, 은행, 보험사들이 문을 닫고 파업에 동참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고 차량이 불에 타거나 공장에 불이 나기도 했다.

 

성자같은 이미지의 나라 인도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시간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식민지에서 해방된 후 인도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주요한 산업을 국유화했고 협동조합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1904년 협동조합 신용회사법이 제정되고, 국가의 주요한 경제계획에도 협동조합과 관련된 내용이 반드시 포함될 정도였다. 그런데 1991년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인도는 국제통화기금(IMF)에게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요당했다. 인도정부는 기존의 정책을 바꿔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국영기업을 매각했다. 협동조합에게 저리의 자금을 제공했던 정책도 폐지되고 협동조합은 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을 입안했던 사람이 지금의 만모한 싱 총리이다. 싱 총리의 구조조정으로 경제는 회생되는 듯 보였지만 사회양극화는 매우 심각해졌고, 인도 농가는 몰락하고 있으며,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소득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총파업 전인 2012년에도 총파업이 있었다. 외국유통자본이 51%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는 대형유통점의 설립 허가와 유류 가격 인상을 반대하는 5천 만 명의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벌였다. 

 

2. 총파업은 성공했을까?

 

이번 총파업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루피)가치가 폭락하는 반면 기름/가스값이나 곡물/채소값이 엄청나게 뛰는 생활고를 문제삼았다. 그리고 우량한 공기업을 민간기업에 매각하려는 시도에도 반대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조합들은 물가인상에 대한 통제,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사회안전조치 강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연금과 물가수당 지금 등 10가지 개혁조치를 정부에 제안했다.

 

하지만 인도정부가 이 총파업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인도정부는 이 총파업이 국가경제를 악화시키고 국민을 분열시킨다며 비난했고, 이 파업에 국가보안법 적용을 검토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정부는 불통(不通)이다.

 

그래도 2014년에는 인도의 총선이 있다. 싱 총리는 이미 2012년 말에 총선에 대비해 젊은 층을 대폭 임용하는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고, 2013년 1월부터 주(州)정부나 군청 등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빈민층 은행계좌에 직접 정부보조금을 입금해주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미 선거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2012년 말, 인도 5대 공업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는 구자라트 주의 총선에서 극우 성향인 제 1야당 인도국민당(BJP)의 모디가 3선 연임에 성공하며 2014년 선거를 노리고 있다. 구자라트 주의 선거에서 인도국민당은 전체 182석 중 115석을 차지해 여당인 국민회의당을 2배 이상 앞섰다. 2014년 총선에서 BJP가 승리하면 구자라트가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리고 인도의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우타르프라데시 주의회 선거(연방하원 545석 중 가장 많은 80석 차지)서는 사회주의 정당인 사마지와디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했고, 불가촌 천민을 대변하는 국민사회당이 2위, 여당인 국민회의당은 4위를 차지했다.

 

심각한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입안했던 정권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그렇지만 그 대안이 극우성향의 정당으로 몰리는 건 인도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그리고 공산당을 비롯한 인도의 기존 좌파들은 현정부와 비슷한 성장주도의 전략을 계획함으로써 차별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 인도는 한국의 미래일까?

 

어쨌거나 인도의 노동자들은 대규모 총파업을 벌이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일까? 전국의 장기파업 사업장을 살펴보면, 흥국생명과 코오롱 노조의 파업일은 이제 3,000일에 다가서고 있다. 영남대의료원과 콜트콜텍의 파업은 2,000일을 넘어섰고, 재능교육 파업은 곧 2,000일을 넘긴다. 쌍용자동차, 쓰리엠, 유성기업 등 장기파업장들이 줄을 잇는다. 해결방안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철탑에 올라간 최병승, 천의봉씨의 철탑투쟁은 160일을 넘어섰다. 160일이면 5달을 넘는다. 철탑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한다. 봄이 오면 철탑에서 내려올 수 있으려나...

 

인도의 사례에서 보이듯 전체적인 경제흐름과 협동조합의 현실은 무관하지 않다. 한국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받아들였고, 경제는 성장하지만 사회양극화는 더욱더 심각해지는 모순이 불거지고 있다. 실질임금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하지만 총파업은커녕 이런 흐름에 맞서는 시도들도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다.

 

인도의 총파업에서 우리의 어떤 미래를 엿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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