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공회대를 다니지 않는다.
허나 성공회대의 이름을 자주 듣곤 했다.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성공회대의 지식인들을 통해서 그 이름을 자주 들었다.

그러다 올초 성공회대에 관한 새로운 얘기를 듣게 되었다.
성공회대에 근무하던 계약직 행정직원이 비정규직으로 계약이 만료되어 학교를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참 안타깝게도 학교는 이런 입장을 내세웠다고 한다.


마지막 문장이 눈에 띤다.
"건실하게 열심히 일하시는 직장인이 되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개뿔....

어제 3월 30일엔 성공회대 계약직 행정직원 정규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선언문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남은 4인 역시 계약기간 종료와 더불어 학교를 떠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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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계약직 행정직원 정규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선언문

   

지난 2월 28일 학내 계약직 행정직원 6인이 계약만료로 학교를 떠나게 되었고, 계약기간이 남은 4인 역시 계약기간의 종료와 함께 학교를 떠나게 될 예정이다. 이에 대하여 학교 측은 효율적인 학사행정업무를 위한 개편과정에서 발생된 불가피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비정규직의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모순적인 과정이었으며, 학내 구성원과의 대화를 차단한 채 진행된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임이 밝혀졌다.

  이에 대하여 학교는 법적으로 그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가 근거로 삼고 있는 (소위)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을 합법적으로 해고하기 위함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근로환경을 보호하고 또 그들의 능력을 기꺼이 인정하여 정규직화하기 위함에 있다. 그러나 지금 이곳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에서 비정규직법이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분명하게 목도하고 있으며 이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일방적인 학사행정 개편과정에서 안정적인 학사행정업무를 받지 못한 학생들, 기존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용된 근로학생들, 업무혼선을 겪은 정규직 직원들 및 교수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되었다.

  이에 여기 모인 당사자와 참가자들은 학교의 무리한 학사행정개편 및 비정규직 해고를 통한 정규직화에 반대하며, 기존 계약직 행정직원의 정규직화를 통해 일련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을 선언한다. 이는 인권과 평화라는 학교의 교육이념이 지금 바로 이곳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시급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음의 요구사항을 학교 측에 제출하는 바이다.

  하나, 학교 측은 일방적인 고용승계 회피 및 행정파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하나, 계약 만료자를 포함한 계약직 행정직원을 전원 정규직화하라!

하나, 직원․학생․교수 등 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민주적이고 체계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마련하라!

  우리는 학교 측이 이 요구사항을 성실히 듣고 대화하며,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또한 ‘더불어 사는’ 성공회대의 교육이념을 지키기 위해 학내 구성원과의 연대를 통해 지속적인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선포한다.

 

  2011년 3월 30일

성공회대학교 계약직 행정직원 정규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일반대학원사회학과, 일반대학원사회복지학과, NGO대학원비정부기구학, NGO대학원정치경제학과, 문화대학원14기, 26대 총학생회, 영어학과, 디지털컨텐츠학과, 다함께, 역사철학회, 애오라지, 아침햇살, 뿌리, 짜이집, 사람세상, 꿈꾸는슬리퍼, 성공회대비정규직문제해결을위한네트워크, 나눔가게, 따뜻한밥한끼캠페인단, 단추카레, MR CREW, 진영종(영어학과 교수), 김혜인(영어학과 교수), 서영표(연구교수), 김성경(연구교수), 김용한(외래강사), 유해정(외래강사), 김동한(외래강사), 김진환(외래강사), 안진걸(외래강사), 김명희(외래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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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집회 때 배포된 선언문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정규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성공회대의 지식인들 때문이다.

그렇게 진보적이고 인권과 평화를 위한다는 성공회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너나 없이 떠드는 성공회대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지식인들이 교수, 외래강사 통틀어 '딱' 10명이다.
교수: 영어학과 진영종, 김혜인
연구교수: 서영표, 김성경
외래강사: 김용한, 유해정, 김동한, 김진환, 안진걸, 김명희

밖에서 그렇게 비정규직 문제를 떠들었던 교수들의 이름이, 성공회대를 대표한다는 진보적 교수들 이름이 하나도 없다.
눈을 의심했다. 눈을 비볐다. 설마...
그런데도 없다...

물론 학내 사정이야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잘리고 앞으로 잘려나갈 직원들이 약자임에는 틀림없다.
전후 사정 다 따지더라도 밖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던 지식인들이 침묵한다는 건 참 우습고 부끄러운 일이다.

앞으로 성공회대에 속한 지식인들을 만나면 반드시 물어볼 생각이다.
당신은 당신이 떠들어대는 그 내용을 어떻게 살고 있냐고.
그때 당신은 어디 있었냐고.

진보?
살지도 못하면서 떠들지도 마라.

굳바이, 성공회대.
큰 기대도 없었지만 쓰린 가슴 추스리며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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