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니게 <열하일기>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문학자인 영남대 김혈조 교수가 <열하일기> 완벽본을 내면서 기존 번역본의 오역을 조목조목 지적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혈조 교수는 작년에 <열하일기>를 세계 최초의 여행기라 소개한 고미숙 등의 번역본이 북한의 리상호 번역본을 그대로 따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녹색평론> 2009년 11-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김혈조 교수는 "고미숙본은 리상호본에 윤색을 가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러한 예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난해한 문장의 오역일수록 더욱 베낌의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인명․지명 등의 고유명사와 전고 부분에 집중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자신을 <열하일기>의 전령사라 자처했고 길진숙, 김풍기 등과 함께 <열하일기> 번역본을 낸 고미숙 평론가는 아마도 이 지적에 충분한 답을 해야 할 듯하다. 고미숙 평론가는 "꼬박 5년"  동안 이 책을 번역했고, 원문을 꼼꼼히 새기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 위해 한문학을 제대로 공부한 김풍기, 길진숙 등과 공동작업을 추진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도중에 보리출판사에서 북한판 완역본이 나와 "완역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밝히긴 했지만 풀어쓰기가 아니라 번역이란 말을 썼다면 답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열하일기]가 잇따라 번역된 건 고미숙 평론가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고 더구나 고미숙 평론가가 그토록 강조했던 부분이 박지원의 '문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하겠다.

번역이 반역이 되지 않으려면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논쟁을 통해 더욱더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 그건 학문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어떤 이야깃거리가 나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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