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단일화를 통해 ‘공동지방정부’라는 최초의 실험을 시작했다. 그 전에도 선거단일화 전략이 활용되곤 했지만 공동의 정책을 마련하고 지방정부의 행정권을 공유하는 실험은 없었다는 점에서 공동지방정부는 최초의 실험이라 평가될 수 있다. 단일후보전략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곳은 광역자치단체 3곳(경상남도, 강원도, 인천광역시), 자치시와 자치구를 포함한 기초자치단체 26곳이나 된다. 적지 않은 곳에서 공동지방정부 실험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2010년 11월 17일에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가 주관한 ‘진보적 지방자치와 공동지방정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그 실험이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 틀리다고, 당선된 단체장들은 다른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와의 공동정부 구성이나 정책연대에 소극적이었다. 중앙 차원의 합의가 실패하고 지역 차원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다보니, 당선이 되고 난 뒤에 ‘실질적인’ 공동지방정부를 추진할 내부/외부의 힘이 모아지지 않았고 당의 입장도 분명하지 않았다. 모범적인 사례로 꼽혔던 고양시에서조차 공동지방정부 구성이 처음부터 삐그덕거렸다.


물론 새로운 실험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곳들도 제법 있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는 경상남도에 민주도정협의회가 2010년 11월에 출범했고,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공동구정(시정)운영위원회, 정책협의회, 거버넌스위원회, 발전협의회 등이 꾸려졌다. 하지만 이런 협력/거버넌스 기구들의 위상은 대부분 ‘공동결정’이나 ‘심의’가 아니라 ‘자문’에 그치고 법적인 위상도 임의기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초의 실험이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 선거 후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이라 그 성과를 평가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지난 1년간의 과정을 돌아보며 공동지방정부가 공동정부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문제점들을 바로잡을 대안은 무엇인지를 분석하려는 노력은 필요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


공동지방정부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그 목적이 ‘선거의 승리만’을 목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거에서 승리하면 목적이 달성되어 앞으로 협력할 필요성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다. 물론 선거가 아니라면 여러 정당들이 협력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선거승리까지가 아니라 선거 이후 그 다음 선거 때까지 어떤 정책과 계획에 따라 서로 협력할 것인지를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 이런 합의를 이루려면 각 정당이 지역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선거 전에 미리 마련하고 서로 협상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중앙당이 이런 선거연합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선거 전에는 얼버무리다 당선되고 나면 당론이나 당의 이해관계를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당이 단체장이나 지방의회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판단 하에 각 정당은 공동정부에 관한 합의를 이룰 만큼 능력이 있는지 내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목적과 그 목적을 실현할 과정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명분과 실리를 내세우더라도 공동지방정부는 식물인간이 되기 쉽다.


현재로서는 이런 과정을 지원할 국가 차원의 기구도 없고 정당 내부에서 이런 실험들을 지원할 정책단위도 없다. 몇몇 민간단체들이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정당 자체가 변해야 한다.


더욱더 중요한 물음은 지난 1년 동안 주민들이 어떤 변화를 ‘체감’했는가이다. 윗선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며 수많은 새로운 계획들을 제시하더라도 주민들이 그 변화를 느끼며 지역사회의 지배구조를 바꾸려 참여하지 않는 이상 모든 건 모래성일 뿐이다.


2012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곤 여러 가지 논의가 한창이다. 논의가 활발한 것은 좋지만 이런 논의들이 이전의 사례들을 얼마나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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