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나쁘고 삼성 돈을 받아먹는 정치권이나 언론사가 나쁘다는 얘기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나 <프레시안>의 "삼성을 생각한다" 특집 기사들을 통해 많이 얘기되었다. 하지만 이런 얘기들이 그냥 이야깃거리로 끝난다면 몇 년 뒤에 또다시 이런 추악한 얘기들을 듣게 될 터, 이제 우리의 실천이 필요하다.

며칠 전 스물세 살 꽃다운 박지연 씨의 죽음은 우리가 멈추면 안 될 또 다른 이유를 마련해 주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 중 여러 사람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거나 투병을 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반올림에 따르면, 확인된 암 발생자만 22명이고 탈모와 유산, 무월경 등의 증상은 수없이 발견되지만 삼성전자는 단 한 건의 산업 재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무런 산업 재해도 없는데 사람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목숨을 잃을까.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이런 얘기를 믿을 수 있을까? 단지 기업 내부가 썩어서라기보다는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의 목숨과 건강이 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삼성을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더 나쁜 것은 삼성이 그런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생각은 전혀 없고 돈이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는 식의 태도 말이다. 한 푼이 아쉬워 젊은 아들과 딸을 공장으로 보내야 했던 부모들의 아픈 마음을 마지막까지 헤집어버리는 그 태도, 대체 삼성 내에서 어떤 명령을 받고 무엇을 보고 배웠길래 그들의 태도는 그럴까?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책임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2007년 태안반도를 기름으로 도배했던 삼성중공업은 어떠한가? 지난 2월 26일에는 태안군의 성정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태안 주민 중 네 번째 자살이라고 한다. 특히 성 위원장은 서울고등법원이 삼성중공업의 배상 책임을 56억 원으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에 대한 항소마저 기각되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태안의 마을에서 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하지만 삼성중공업이 이를 책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니 이미 많은 비극들이 예고되고 있다.

▲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직후, 인근 굴양식장의 모습. ⓒ인디코

사실 이런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삼성과 관련해 계속해서 일어났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2005년 2월 서울중앙지검은 삼성SDI의 전·현직 직원 12명이 이건희 회장 등 삼성 관계자 8명을 형사 고소한 사건을 기소중지했다. 고소 이유는 개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복제해서 사람들의 위치를 추적했기 때문이다. 위치를 추적당한 사람들은 노조를 만들려고 했었고, 위치 추적을 한 휴대전화의 발신지는 삼성SDI의 수원공장이었다. 이 정도면 누가 위치를 추적했는지 어린아이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누군가' 고소인들의 휴대전화를 복제한 사실은 밝혀졌으나, 그 '누군가'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누군가'를 기소 중지했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가 나서서 바로잡지 않으면 이런 어이없는 일들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삼성 불매 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번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김성균 대표의 글(☞관련 기사 : "삼성 불매 펀드, 100억 원을 넘었습니다")처럼 삼성 불매 운동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미 삼성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삼성그룹의 상품을 사지 않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이 꿈쩍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잠깐 뒤로 물러난 이건희 회장이 국민들에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훈계하며 슬그머니 자리로 복귀하고 해체되었던 전략기획실이 다시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약간 따끔하긴 하지만 아직은 숨통이 막힐 만큼 답답하지 않은 게다. 따라서 이제는 그 숨통을 확 죄어줘야 한다.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의 제2금융권에서 비자금을 축적하고 전횡을 일삼아 왔다. 이런 자금줄을 틀어막아야 삼성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 더구나 삼성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5월로 예고되고 국내 투자자만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삼성생명과 삼성그룹의 실체를 알리며 압박을 가해야 한다. 삼성생명을 중심에 놓고 삼성이 운영하는 보험, 카드 등의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고 앞으로도 그 점유율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예고해야 한다.

그리고 삼성은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에버랜드의 위치를 흔드는 것도 필요하다. 삼성에버랜드의 작년 영업 실적을 보면 레저 부문이 약화되고 급식식자재를 취급하는 외식 사업부의 실적이 10.9퍼센트나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니 에버랜드 이용 안 하기도 중요하지만 에버랜드 외식사업부나 그와 관련된 '에버 푸드'(☞바로 가기)라는 브랜드를 실패하게 만드는 것도 이건희 일가를 압박하는 좋은 방법이다. 에버랜드의 사업에 관심을 두고 불매 운동을 벌이자.

이렇게 삼성 일가의 자금줄을 죈다면 삼성 불매 운동은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의 성공을 위해서는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나 진알시(진실을 알리는 시민)같은 단체만이 아니라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소액 주주 운동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참여연대이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주주총회장에서 이건희 일가의 막무가내 행동을 막으면 좋겠다. 그리고 노동단체나 시민단체도 회사의 급식 회사를 확인하고 조합원이나 회원들에게 불매 운동을 알리는 메일과 편지를 보내서 동참을 유도하면 좋겠다.

또 30만 명이 넘는 조합원을 가진 소비자 생활협동조합들도 불매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좋겠다. 소비자 생협의 매장에서 삼성카드를 다루지 않고 조합원에게도 삼성카드를 해지하고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을 이용하지 말자고 권유하면 좋겠다(삼성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기로 유명하니 이번 기회에 그런 불공정함도 바로잡자).

삼성 불매 운동에 찬성하는 단체들이 단체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삼성 불매 운동에 동참합니다"라는 배너를 달고 동참 단체들이 등록하는 홈페이지를 만들면 그 힘을 증명할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성공하면 '삼성 FreeZone'을 선언할 수도 있다. 상상해 보자. 우리 마을에서는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보험사들이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삼성카드 가맹점이나 삼성카드를 쓰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홈플러스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그러면 즐겁지 않을까? 이런 다양한 노력들이 모여서 6개월 정도 자금줄을 죄면 삼성그룹이나 이건희 일가도 태도를 좀 바꾸지 않을까? 국민들에게 정신 차려라고 말하지 않고 자기네들부터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그리고 삼성에 집중하면 다른 재벌들도 같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돈으로만 세상을 주무를 수 없다는 점을 그들에게 알려주자. 냉소하지 말자. 지금은 분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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