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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30 재난도 계급을 가린다(진보정치)
posted by 몽똘 2010.09.30 09:56
 

추석 전날 무섭게 내린 폭우는 우리 사회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 철도와 지하철의 운행이 중단되고 다리의 통행이 중단될 만큼 폭우의 힘은 강했다. 공공시설의 피해 외에도 반지하나 지하에서 생활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삶터와 일터를 잃어버렸다. 추석대목을 바라던 장터의 상인들도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특이하게도 한반도 전역에서 이런 일이 똑같이 벌이지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에 폭우가 내리는 동안 남부지방엔 햇빛이 쨍쨍했다. 그리고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도 강우량이 큰 차이를 보였다.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했다.


아마도 앞으로는 이런 자연재해가 더욱더 잦아질 것이고 그 피해도 커질 것이다.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면서 장마가 없어지고 열대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생태계 파괴가 불러올 재난은 예측하거나 막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공포와 불안을 심어준다.


하지만 폭우가 내리는 동안에도 4대강에서는 포크레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재난을 겪으면서도 그 원인을 제거하기는커녕 왜 재난을 부채질할까?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과 위험을 사람들이 몰라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힘없는 사람들에겐 그런 사업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점도 한 이유이지만 재난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힘있는 자들이 사는 곳은 물에 잠기지도 않을 것이고 설령 피해를 보더라도 즉각 조치나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힘없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재난이 힘 있는 사람들에겐 한순간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냉장고와 밥상이 떠다니는 지하 전세방에서 물난리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지만 영화배우 정우성의 2억짜리 자동차가 물에 잠길 뻔한 일은 트위터를 타고 알려지듯이.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가 그 사람을 증명하는 사회에서 재난은 계급을 가린다. 새로 세워지는 고급아파트에는 입주자들을 위한 사우나 시설과 휴양림이 마련되어 있고 도로에는 폭설에 대비한 열선까지 깔려 있다고 한다. 아마도 자연재해가 계속되면 고급 아파트는 재난에 대처할 다양한 시설과 장비를 갖출 것이다. 그리고 보안회사와 감시카메라가 경찰의 몫을 대체하듯이, 그런 아파트가 늘어날수록 공공성의 영역은 줄어들고 재난은 각자가 알아서 대비해야 할 일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미국처럼 지방정부가 사설기업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의 자연재난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재난으로 변한다.


더구나 힘있는 자들에게는 재난이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태풍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즈시를 물바다로 만들었을 때 정치인들과 개발업자들은 축배를 들었다고 한다. 골치 아픈 빈민가를 보상 한 푼 없이 싹 밀어버렸으니 그들에게는 대홍수가 엄청나게 좋은 기회였다. 쓰나미가 마을을 집어삼켰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의 상황은 다를까? 한국에서도 재난이 힘있는 자들에게는 구호금을 떼어먹을 기회, 댐을 만들고 둑을 쌓는 개발사업을 진행할 기회이다. 피해는커녕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으니 그들이 재난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4대강사업 때문에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농민들이 겪는 고통은 도시에서 반지하와 다세대주택의 주민들이 겪는 고통과 맞닿아 있다. 재난은 사회적 고통을 대물림한다. 이 연관고리를 깨닫지 못하면 힘없는 사람들만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 <자본주의>를 보면, 사유화된 영역을 다시 공공영역으로 전환시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보인다(주택을 점거하라고 연설하는 하원의원도 보인다). 우리도 재난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재난을 피하기 위한 긴급구제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흉년이 들면 만석꾼의 곳간을 열게 했듯이, 인간이 만든 재난을 바라보며 진보정당이 요구해야 하는 것은 땜질식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