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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9 오체투지, 지구를 껴안다
posted by 몽똘 2009.05.19 08:34

어제 오체투지를 다녀왔다.
8시에 시작하는 줄 알고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님, 전종훈 신부님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몸을 풀고 계신다.
진행하시는 분이 9시에 출발이란다. 흑흑...
그래도 혼자 뻘쭘하게 앉아 있으니 여러 분이 관심을 가져 주신다.
특히 문규현 신부님은 친근하게 얘기도 건내주시고, 서울의 광주가 바로 용산이라며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쎄게 얘기하신다.
월요일이라 직장인은 못 나오고 단체 사람들도 다들 회의일 터이고 더구나 5-18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지만 너무 없다 싶었는데, 갑자기 스타렉스 2대가 오더니 안에서 청년들이 줄줄이 내린다. 한 1대에 많이 타기 기네스북에 도전하는지 2대인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탔다. 정토회의 100일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친구들이라 한다. 하여간 이 친구들이 와서 여기저기 웃음꽃도 피고 분위기가 좋아졌다.

9시 출발.
5보 정도 걷고 무릎과 팔목, 이마를 땅에 붙이는 큰절을 하며 조금씩 나아간다.
10분 정도 오체투지를 하고 3분 정도 쉬고, 중간중간 10분의 휴식시간도 가지며...
세상에 3번 정도 쉬었건만 아침에 달려온 10분도 안 되는 거리를 왔을 뿐이다.
이촌역에서 신용산까지 지하철역 1구역 밖에 안 되는 거리를 하루 종일 간다.

맨정신에 아스팔트에 누워보긴 처음인 것 같다...
처음에는 아스팔트의 비릿한 냄새가 싫었지만 자꾸 접하다 보니 그도 나름의 생명을 갖고 있는 듯했다.
누워서 생각을 해보니 방바닥이 아니라 땅바닥을 이렇게 안아본 적이 있었을까 싶다.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을 실감나게 하는 것도 같고.
두 손을 쭉 뻗어 지구를 안고 지구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을 받으니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이라는 오체투지단의 말이 저절로 이해가 갔다.
이렇게 서로 안아주고 보살피며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법인데...

서서히 걸으며 용산참사 현장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점심 때까지 오체투지를 하니 용산구 의회를 지나 용산참사 현장 근처에 도착했다.
12시부터 1시까지의 점심시간... 각시가 사온 김밥을 먹고 용산참사 현장을 거닐며 시간을 보냈다.
1시부터 2시까지는 서로를 소개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
용산구민이라고 소개했더니, 반응이...ㅎㅎ

1시 45분부터 다시 오체투지를 시작해서 용산참사가 일어난 건물 앞으로 갔다.
건물에서 잠시 행사를 지내고 108배를 했다.
오체투지로 108배를 하려니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세지도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 속에 텅 빈다.
세게 불어오는 바람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혼들의 재림인듯, 마음 속으로 명복을 빌며 몸이 땅으로 향한다.
108배를 마치고 다시 오체투지를 시작해 남영역 미군기지 앞에서 105일 행사를 끝냈다.
힘겨운 걸음을 한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큰 절을 한 뒤에 신부님과 스님은 7시에 진행될 용산참사 미사회로 향하셨다.

어깨가 아직도 욱신거린다.
오체투지는 허리보다는 어깨에 큰 부담을 주는 듯. 엎드리고 두 손을 펴 땅에 붙이는 과정이 여간 쉽지 않다.
오후가 될수록 온 몸 근육이 갑작스런 활동에 놀라는 반응을 보이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아스팔트의 먼지가 콧속을 파고든다.
남자들은 가슴을 땅에 그대로 붙이다보니 갈비뼈 끝부분이 눌려 조금씩 고통을 준다(아침에 일어나니 좀 부었다).

그래도 함께 걸어 고마운 길이고, 매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한 길이었다.
나를 돌아보고, 내 몸을 돌아보고, 그 몸이 사는 사회를 돌아보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를 생각한 소중한 시간인듯.
6월 15일에 끝나는 순례단의 행렬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참여해야 겠다고 맘을 먹는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