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전쟁위기는 거품인가?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정전협정은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線으로부터 각기 2km씩 후퇴함으로써 適對 군대간에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한다. 한 개의 비무장지대를 설정하여 이를 완충지대로 함으로써 적대행위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발생을 방지한다.”며 비무장지대를 설정하는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남북은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전쟁행위를 중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전협정문에는 중국, 북한, 미국이 서명했고, 한국은 서명하지 못했다. 즉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이 아니다. 그리고 아직도 한반도 내의 전시작전권은 한국정부에게 있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 협상을 거쳐 2015년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이지만, 미국정부는 한국정부의 준비가 없으면 이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지난 3월 14일 북한은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다른 협정들과 달리 정전협정은 특성상 쌍방이 합의하여 파기할 성격의 협정이 아니며 어느 일방이 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백지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미 양국은 “상호 합의한 정전협정에 대해 특정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철회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밝힌 상태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계속되어온 한반도의 긴장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차원에서 대북결의안이 채택되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사실상 조선정전협정은 지난 60년 동안 지속해온 미국의 체계적인 파괴행위와 그를 비호·두둔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부당한 처사로 이미 백지화되고도 남은 상태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진행하자 군사도발행위로 규정하며 전쟁불사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 최고사령부 대변인은 "우리도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음이 없이 임의의 시기, 임의의 대상에 대하여 제한없이 마음대로 정의의 타격을 가하고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 대업을 이룩하자는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하원은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한 북한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날 포털 업체의 검색어 1위는 화장품 업체의 50% 할인 소식이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3차 핵실험 이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불안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이 35.7%였다. 그러면서 ‘안보불감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안보불감증에서 평화감수성으로
그런데 ‘안보불감증’이라는 말은 정권이 자신의 생명 연장이나 여론 전환을 위해 사용했던 말이다. 국방이나 안보라는 영역을 정부의 고유영역으로 묶어 놓고, 정부가 제기하는 사안들에 시민들의 무조건적인, 어느 면에서는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말이 안보불감증이었다. 따라서 그런 틀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이미 어떤 편견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레베카 솔닛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9․11 테러 당시 미국정부가 그런 문제에 얼마나 무능했는가를 지적한다. “부시 행정부가 정신을 수습하자마자 선택한 가장 긴급한 작전은, 미국을 테러리스트의 손에서 되찾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손에서 되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작전은 대체로 성공했다.” 그리고 사실상 부시정부의 애국법은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를 통제하기 위한 법률이었다.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안보불감증이 아니라 평화감수성이 필요하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은 평화 역시 타인과의 적대나 대결이 아니라 연대와 공감을 통해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의 경계로 갇히지 않는 감수성을 일깨우고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적대나 전쟁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자각하는 과정에서 평화감수성은 길러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남북한의 문제 역시 적대나 전쟁이 아니라 평화로 해결하려면 서로에 대한 공감과 연대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