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게 쓴 글은 아니고 거칠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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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대학생협운동의 의의
지난 가을 중앙대에서는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었다. 기업도 아닌 대학에서 무슨 구조조정일까? 2010년 3월, 중앙대는 18개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 학과를 46개로 줄이는 대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기업이 적자를 빌미삼아 노동자들을 해고하듯이 인기 있는 학과들만 남겨두고 돈 안 되는 학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는 속셈이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할 때부터 예상되었던 일이니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안타까운 점은 중앙대의 예가 이런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라는 점이다.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이다. 한국의 다른 대학들이 중앙대 사례를 내세우며 비슷한 형태의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은 뻔한 일이다. 중앙대 학생들이 교내 공사장과 한강대교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재벌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대학이 구조조정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얼마 전 고려대 김예슬씨의 자퇴선언이 있자 잔잔한 파문이 일었지만 대학가는 여전히 조용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대학생들이 이런 현실을 모를 리는 없다. 문제는 대학생들의 머리가 아니라 몸이다. 대학생들의 몸은 자본과 권력에 너무 익숙하다. 학과수업만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 대학이 위치한 지역사회 모두가 자본과 권력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다. 학생운동은 이미 진부해졌고,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외식사업부들이 대학공간을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다. 학교 주변 밥값이나 월세, 전세도 물가와 재개발의 영향을 받아 계속 오르고 기숙사 생활비마저도 민간기업이 위탁운영하면서 점점 오르고 있다. 세콤을 비롯한 보안회사, 용역회사들이 관리하는 대학캠퍼스에는 고민을 털어놓을 선배도, 우정을 나눌 관계도 없다.
그런 점에서 대학은 더 이상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 아니다. 매캐한 최루탄가스 사이로 담배를 나누는 손길은 고사하고 수업노트를 복사해서 나누는 광경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생들은 명품이나 엣지있는 패션 아이템에 많은 관심을 쏟지만 학생식당이나 생활공간을 누가 관리하는지에 별로 관심이 없다. 가격을 치른 만큼 서비스를 받고 필요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며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경쟁의 규칙이 몸에 익어 있다. 몇 달 전 미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는 소셜 네트워크의 친구목록에서 대상을 삭제하는 ‘친구삭제(unfriend)’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는데, 미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모든 청년이 대학생일 필요는 없지만 대학생이 청년 인구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몰락을 모른 척 해야 할까?
대학생협이 만들어지고 발전해온 과정은 학생운동과 무관하지 않았지만 생협의 특성상 그 활동은 운동보다 생활에 가깝다. 학생운동에는 그 이념과 운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다가서기 어렵지만 생협은 그렇지 않았다. 생협의 조합원 가입 동기를 보면, ‘매장 언니들이 친절해서’, ‘지방에서 올라온 내게 가장 필요한 하숙정보를 알려준 곳’이어서, ‘다른 매장보다 싸서’같은 생활상의 이유가 많았다.
생활의 필요 때문에 생협에 가입하지만 조합장과 임원을 선출하고 자발적으로 활동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조합원은 ‘성장’을 경험한다. 조합원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도록 하면서 대학생협은 공동구매만이 아니라 참여를 통한 삶의 변화를 유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풀뿌리민주주의의 실현, 상업문화를 배제하는 올바른 대학문화가 논의되었다. 1991년 태평양 노조가 싸울 때에는 매장에서 태평양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고 불매운동을 벌였고 97년 12월부터는 외제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밀살리기운동이 활발하던 때에는 우리밀 이화여대 지부가 만들어져 활동하기도 했고, 책벼룩시장을 통해 대학생들은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 판매자, 생산자의 입장에 서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삶이 서로 엮였다.
대학생협운동은 1985년 학원민주화운동의 일부인 학생복지위원회에서 시작되었다. 1987년 서울지역의 학생복지위원회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모임을 가졌고, 1988년에 서울지역학생복지위원회연합(서복련)이 결성되었다. 그 해 10월, 최초의 대학생협인 서강대학교소비자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그 뒤 이화여대, 조선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에서 대학생협이 만들어졌고, ‘한솥밥을 먹는 우리’라는 대학노트 판매, 자판기용 종이컵 공동제작, 커피재료 공동구매, 우리옷 공동구매, 음식물찌꺼기 사료화, 분리수거운동 등을 시작했다. 학생만이 아니라 직원, 교원들도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국생협연합회 산하의 대학생협특별위원회(http://www.univcoop.or.kr/)에 따르면, 대학구성원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운영하고 이용하는 비영리공익법인인 대학생협은 국공립대학교 9곳, 사립대학교 13곳이다. 그 현황은 다음과 같다(2010년 제 31차 생협학교 자료집 참조).
조합명 |
설립연도 |
조합원수 |
법적 근거 |
조선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1990 |
28.275 |
민법 |
한국외국어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1994 |
4,660 |
생협법 |
이화여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1998 |
1,753 |
재단법인 |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1998 |
27,392 |
재단법인 |
숭실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1999 |
1,564 |
생협법 |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0 |
904 |
생협법 |
세종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1 |
2,178 |
생협법 |
인하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1 |
2,734 |
생협법 |
강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1 |
12,113 |
생협법 |
경북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1 |
1,257 |
생협법 |
경희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3 |
2,663 |
생협법 |
국민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3 |
162 |
재단법인 |
동국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4 |
2,763 |
생협법 |
경상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4 |
402 |
생협법 |
인천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5 |
6,190 |
생협법 |
상지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5 |
2,502 |
생협법 |
창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6 |
305 |
생협법 |
부산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6 |
569 |
생협법 |
금오공과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7 |
391 |
생협법 |
전남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2007 |
463 |
생협법 |
한국폴리텍1대 생활협동조합 |
2008 |
378 |
생협법 |
한국기술교육대 생활협동조합 |
2008 |
1,079 |
생협법 |
대학생협은 문화유적지답사, 체험활동, 대학생협설명회, 대학생 생협학교 등의 ‘교육사업’, 비조합원과 조합원들에게 대학생협의 활동을 알리는 ‘홍보사업’, 복리후생시설을 관리․운영하며 공동교섭, 공동구매, 공동제작 등 조합원들에게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경제지원사업’, 일본대학생협과의 교류를 비롯한 ‘국제교류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며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이런 활동들은 대학생들만이 아니라 대학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시야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II. 동상이몽: 대학의 비전과 대학생협의 비전
그러나 현재 한국의 대학들은 대학생협의 가치를 인정하기는커녕 대학생협을 사기업과 동일시하며 협동과 연대의 원리를 몰아내고 있다. 사실 이런 변화는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말라”는 신자유주의의 원리가 우리 사회를 압박하고 있고, 교육을 이윤창출과 승자독식의 장으로 여기는 한국사회의 잘못된 원리가 대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사학재단들은 대학 내의 공간을 기업들에게 파는 ‘장사’에 정신이 팔려 있다. 따지고 보면 자기들이 직접 지은 건물도 아니고 학생들의 등록금을 모으거나 기업에게 지원을 받은 것인데도 마치 재단 사유물인양 공간을 판매하고 있다(단국대의 이전은 그런 판매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학내 곳곳이 학문과는 무관한 기업들의 공간으로 변형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공간만이 아니라 이미 생협이 구성하고 있는 공간마저 장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9년 12월 세종대학교 대학본부는 학교 내의 모든 매장을 공개입찰하겠다고 세종대 생협에 통보했다. 그러자 총학생회를 비롯한 여러 학내단체들이 반대했고 학생들의 반대서명운동이 시작되었다. 학교는 이런 반대에 전혀 대응을 않다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서야 공식입장을 밝혔고, 세종대 생협만이 아니라 외부단체와 지역단체들이 잇달아 반대성명서를 발표하자 결국 신축학생회관의 입찰만을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번 사건에서 세종대학측이 내세운 입장이다. 대학본부는 생협운영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고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장학금 등의 학교복지기금을 내지 않기에 공개입찰을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생협의 목적이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학생들의 생활을 돕고 것이고 생협의 활동 자체가 학생들의 복지와 연관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학교측의 논리는 참으로 궁색하다. 대학측의 얘기를 한번 그대로 옮겨 보자. “생협이 공개경쟁입찰에서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운영의 건실함을 입증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대학본부는 ‘구성원들에게 저렴하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협에 대한 학생들의 애착심’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로 9년이라는 나이를 맞이하는 생협도 어느 정도 경쟁의 장으로 나오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으며, 애착심만으로 지켜줄 단계는 지났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세종대는 대학을 운영하는 원리가 경쟁이고 캠퍼스가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공간이라는 비밀을 스스로 폭로했다.
또 다른 한편의 코미디는 총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한이다. 세종대 문제가 언론을 타자 총장은 학교발전을 핑계로 다양한 건설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한 뒤에 다음과 같은 얘기를 덧붙였다. “이 모든 노력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들 특히 학생들의 진실된 협조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몇몇 학생들이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허위사실들을 유포하여 순수한 학생들을 선동하고 대학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졸업하고 소위 ‘노동운동’을 하면서 살아갈지 모르지만, 오로지 실력을 쌓고 학업에 매진해 온 학생들의 이미지를 ‘데모나 하는 대학 졸업생’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불순한 학생들이 계속 대학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학생들을 선동한다면 결국, 대학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등록금 동결 및 50억 원의 추가 장학금 마련의 길은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20세기의 빨갱이 논리가 21세기 대학을 지배하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이 대학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니 한국의 대학이 이 모양인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깔끔하게 정리된 건 아니지만 일단 세종대학의 외주방안은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이 좀 가라앉으면 대학측은 다시 외주방안을 추진하리란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경쟁의 장, 이윤의 장으로 변한 대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일단은 정부의 정책 자체가 대학의 상업화, 시장화를 정당화시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운영의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대학에 포괄적인 권한을 이양하고 정부지원금의 용도제한도 완화시켰다.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하고 민자유치나 연․기금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교원인사에서도 대학총장이나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시켜 교원들이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게 했다. 교원을 임면할 때 교과부에 제출할 서류를 간략하게 하고 보고의무를 없앴다. 즉 대학의 연구역량을 강화시킨다고 하지만 그런 부분과 무관한 사람들이 교원으로 채용될 수 있는 통로를 열었고 교원의 부정임용이나 재임용과 관련된 논란을 부추겼다. 정부의 방침은 자율화․특성화라는 명목 하에 사학재단의 운영권한과 대학의 상업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대학의 시장화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대학들이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아래의 비전내용은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한 것이다.
조합명 |
비전 내용 |
조선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장기발전계획 2015(7대 핵심전략: 투명한 경영, 경륜과 패기의 조화, 효율적 재정운용, 교육과 연구의 균형발전, 국가와 지역의 미래 선도, 아름답고 편리한 캠퍼스 조성, 구성원 복지 향상) 복지향상: 예산 및 자금의 합리적 운용, 목적형 발전기금 확대, 적극적인 수익사업 전개, 구성원 복지 향상 |
한국외국어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비전 2016(분과별 목표: 우수학생 유치와 Global Leader 배출, 국내 최고의 글로벌 연구역량 확보, 행정혁신과 인프라의 첨단화, 투명한 재정운용과 2,000억 기금 확보) 기금확보: 재정수입원의 다양화, 예산관련업무의 투명화 및 전산화, 수익사업 적극 추진 |
이화여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이니셔티브 이화(미션: 창의적 지식 창출, 글로벌 인재 양성, 세계 공동체 기여) 특성화 전략: 선택과 집중, 연구 - 교육 연계, 사회적 영향력 확대 분야 특화, 수월성 및 경쟁력 확보 분야 특화, 파주 교육·연구 복합단지 연계 분야 특화 |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연세비전2020(섬김의 리더십, 연구 프론티어, 혁신과 안정된 재정기반) 행정서비스 만족도, 기부금 모금 총액 |
숭실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융합을 통한 창의적21C 도전(특성화와 융합 기반의 교육역량강화, 성과중심의 교육연계 활동 활성화, 수요자 중심의 행정 서비스 구현, 글로벌 경쟁역량 확보, 재원 다양화와 재원 안정성 확보, 캠퍼스 브랜드화를 위한 교육인프라 최적화) 내부 수익사업 확대, 외부 수입원 다양화, 기술자주회사 설립 추진, 범인 원격교욱기관 설립, 수인용 토지 개발, 교육원가 관리제도 도입, 예산관리 개선 및 책임경영제 도입, 자원 관리 시스템 개선, 첨단 복합캠퍼스 조성 |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장기발전계획(미래인재육성, 세계적 수준의 교육․연구 여건 확보, 국제화 체제 강화, 사회와 세계에 기여하는 대학 구현) 세계 정상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자율과 재정 지원이 보장되는 법인화 추구, 대학의 자율이 완전히 보장되는 입시 제도 추구, 장기발전계획의 지속적 추진을 위하여 대학발전전략추진기구 설치, 학과(부) 기능 강화를 통한 대학운영체계의 효율성 확보, 연구비수주, 모금, 사업수익 확대를 위한 전문기구 설치 및 증대액에 따른 인센티브 강화, 대학의 자구노력에 비례한 정부지원금 확대 |
세종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비전2020(글로벌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 및 융합화, 행정개혁, 대외 이미지 개선) 모교사랑운동을 통한 외부 기부금 확충기반 구축, 연구용역 인센티브 강화를 통한 연구기금의 확대, 투자관리의 전문화를 통한 수익사업 확대 |
인하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인하중장기발전계획(연구역량제고와 산학협력 강화, 우수교수충원 및 신입생 선발, 통합적 실용교육체계 구축 및 취업률 제고, 교육․연구부문의 특성화 및 내실화, 교육시설 인프라 확충, e-inha 실현, 교내․외 평가개선과 행정개혁, 동북아중심대학을 위한 국제화와 지역화) 인하 대표브랜드 3~4개 도출, 송도캠퍼스 이전과 연계한 특화분야 선정, 단과대학의 자율권 신장과 대학구조개혁의 연계 추진, 송도캠퍼스 이전을 통한 글로벌 교육시설 구축, 기존 용현캠퍼스 활용의 효율성 제고 |
강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비전2012(교육시스템 선진화, 우수신입생 유치, 연구역량강화, 대외협력 및 사회기여, 행정 및 재정 내실화) 발전기금 확충 및 수익사업 확대, 재정 건전화 및 효율화, 성과주의 예산제도 확립, 교육원가시스템 구축, 교직원 복지 확충 |
경북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발전기금(특성화 분야 중점 육성, 대학운영시스템 혁신, 교육의 질 향상) |
경희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Towards global eminence(학문적 권위의 재건, 소통의 학문세계, 화합과 창조의 미래사회, 자율과 책임의 운영체계, 최적의 연구․교육 인프라) SPACE21비전(서울/국제캠퍼스마스터플랜. 민자자본으로 캠퍼스 개발), 후마니타스 컬리지 |
국민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KMU1010(특성화 추구, 수월성 확보, 재정 확충, 인프라 강화) 고수익 모델 총력 창출, 발전기금 확보 노력 강화, 연구사업 및 산학협력 프로그램 개발, 예산절감 프로그램 도입 |
동국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World Wide Donguk(신경영 시스템 창출, 교육․연구 시스템 혁신, 최적의 교육․연구환경 구축, 재정 확충 및 건전화, 의학교육 및 병원경영 혁신) |
경상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세계를 향한 동아시아 중심대학(각 학문 분야별 합리적 경쟁 체제 구축, BK21 사업, NCRC 사업 선정분야를 중심으로 중점육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교육체제 확립, 경남지역 국립대학의 통합체제 구축) |
인천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동북아를 넘어 세계로 향한 창(교육의 질적 고도화, 연구의 세계화, 수요자중심 행정, 재정확보/첨단인프라 조성) |
상지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GENS21(구방화, 환경, 네트워크, 상지의 약자) 에코 캠퍼스, 환경과 건강․생명운동의 모범대학, 그린바이오 리서치 클러스터 |
창원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당당한 대학․세계와 경쟁하는 대학(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로 해외 명문대학과의 실질적 교류 활성화/국제교류․종합인력개발․대외협력부서 확대 개편/국제공동학위제 및 국내외학점인정제 확대 실시, 순수대학발전기금 확보 확대/산학연관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한 지역중심대학으로의 육성/대학통합․법인화 대책 방안 강구/대형 지역개발 프로젝트 중심대학으로서 전략 T/F팀 구성/BTL사업을 통한 Technopolis․Sports Complex․English Park 건립, 교내 연구소 및 연구과제 활성화/과학도서관․문화예술관 건립/재2도약을 위한 제2캠퍼스 조성 추진 등) |
부산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속의 명문대학(연구의 선진화․국제화, 교육의 특성화 및 개방화, 행정의 합리화․선진화, 재정의 극대화 및 투명화, 캠퍼스의 첨단화 및 클린화) 발전기금을 통한 수익창출, 학교가 수행할 수 있는 각종 수익모델 개발, 예산의 수립․집행․결산의 전문적 관리 |
금오공과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창조적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특성화 대학(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대학, 최첨단 과학기술 중심대학) 산업체 인턴십 강화, 국제화 및 외국어 역량강화, 글로벌 유비쿼터스 캠퍼스 구축, 지역특화산업 발굴․육성, 산학연 프로그램 개발 및 강화 |
전남대학교 생활협동조합 |
World Class 전남대학교(알찬 교육, 열린대학, 행복한 연구, 튼튼한 복지) |
한국폴리텍1대 생활협동조합 |
평생기술로 평생직업을(교육서비스:글로벌 멀티테크니션 양성, 초 인류 직업교육 훈련 서비스 실현을 위한 역량 극대화, 녹색/미래 신성장동력 산업분야 기술/기능인력 양성 기반구축 등, 지역: 지역 산업단지와 연계한 산학연 R&D 클러스터, 지역별 특성화 연계 지역경제 구심체역할 수행,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RHRD(지역인적자원개발), 행정: 창의적인 선진행정 구현, ISO인증을 통한 고객중심 행정, 직무능력개발을 통한 일등행정 구현, 산학협력: 맞춤교육의 산실, 사내기업, 성장동력 특성화사업 확대, 교수1인 10개 이상 기업 전담관리, 향상훈련 및 정부지원사업, 복지: 행복한 학생, 다양한 장학금 혜택, 지역별 특성화 연계 지역경제 구심체역할 수행, 동아리, 해외연수 등 다양한 복지 혜택 |
한국기술교육대 생활협동조합 |
VISION 2015(실천공학교육과 평생능력개발의 세계 최일류 대학. 최고의 교육 서비스 제공, 고객감동의 지원서비스 제공, 글로벌 KUT 구현, 고품격 KUT문화 창출, 평생능력개발 노동교육 선도) |
표현은 다양하지만 대학들의 비전에서 공통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첫째는 특성화를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각 대학들은 미래․글로벌․전문인력 양성이라는 목적을 내세워 대학의 운영체계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렇게 체계가 바뀌면 중앙의 기획단위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학생이나 직원들이 학교운영에 더욱더 참여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대학의 비민주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세운 각 전공별, 학과(학부)별 경쟁이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대학내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대학들은 발전기금 모금과 재정 확보/확충을 내세워 산학협력․협동 강화, 재정수입의 다양화, 수익사업 추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산학협력은 대학연구의 사유화․독점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재정수입의 다양화나 수익사업 추진은 시장논리에 맞춰 대학운영이나 학사행정이 재구성될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대학의 주요 연구비들이 외부프로젝트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의 비상식적인 시장논리나 경제발전을 강요하는 한국정부의 성장논리가 대학의 교과과정과 운영을 지배할 것이다.
또한 대학들의 비전은 하나같이 인프라 혁신․첨단화를 내세운 캠퍼스 공간의 물리적인 재편성을 기획하고 있다. 연구복합단지, 제2캠퍼스, 유비쿼터스 캠퍼스 등을 내세운 공간의 물리적인 재편은 대학생, 직원, 교수들의 생활공간을 재구성할 것이다. 이미 외주용역과 세콤 등의 기업체들이 대학의 주요공간을 점유하고 ‘관리의 효율성’에 맞춰 생활공간을 재편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캠퍼스들은 ‘사유화’를 더욱더 확장시킬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런 캠퍼스의 재편성은 대학들이 ‘일방적으로’ 축적하고 있는 적립금을 정당화시켜준다. 2009년 325개 대학의 적립금 보유액이 총 10조833억9346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대학당국은 적립금을 보유해야 하는 주요 논리로 캠퍼스 건립이나 물리적인 공간의 재편성 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학의 변화는 정부의 방침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세(?)논리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협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대학생협특별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학생협이 내세우는 핵심가치, 협동과 복지, 상생은 정부나 대학의 비전과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의 비전을 받아들여 대학생협의 비전을 수정할 것인가, 아니면 대학생협의 비전이 대학의 비전에 영향을 미치도록 할 것인가?
III. 대학생협의 위기와 기회
대학생협이 현재 겪고 있는 위기를 헤쳐가려면 외부환경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대학생협이 가진 내부역량에 대한 진단도 필요하다. 대학생협의 다양한 조합원들, 학생과 교직원, 교원들은 대학생협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가?
일단 대학생들에 비해 다른 구성원들의 인식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교수들과 교직원들은 생협을 식당과 매점 등을 운영하는 복지기구 정도로 생각하고 협동조합과 소비운동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그리고 학생들의 경우도 참여율이 떨어지거나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졸업을 하기 때문에 활동의 연속성도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대학생협이 그 활동에 비해 대학 내에서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고, 이번 세종대 생협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관계망이 만들어졌다. 다른 대학생협만이 아니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번 사태를 보며 생협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초보단계이지만 이런 관계망의 확장은 새로운 연대를 준비할 수 있다.
그렇게 대학의 성격을 조금 변화시킬 수 있다면 대학의 비전과 대학생협의 비전을 조금 일치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지대가 비전으로 제시하는 GENS21, 유기농식당과 자연․재생에너지 활용, 에코 캠퍼스, 환경과 건강․생명운동의 모범대학이라는 비전은 대학생협의 비전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물론 상지대 재단이사회가 민주화 이전으로 복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비전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대학과 대학생협의 비전이 함께 논의될 수 있으려면 사학재단의 민주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대학생협이 재단이나 학교본부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의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학내 구성원들과 다양한 참여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런 일 없이 공허하게 연대를 얘기할 수는 없고 함께 할 일을 찾으면 좋다. 매점이나 식당, 서점만이 아니라 대학생협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새로운 망을 만들면 좋겠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주거문제이다. 대학기숙사에 들어가는 건 하늘에 별따기인데 그나마 들어가도 기업이 운영하는 기숙사가 많아 비싸고 운영이 까다롭다. 그리고 지금 대학가 앞은 온통 원룸이다. 하숙집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월세도 만만치 않다. 보증금과 월세에 각종 공과금을 생각하면 혼자 방을 얻어 사는 건 불가능하다.
외국에는 그런 예가 제법 많은 듯하다. 예를 들어 캐나다 맥길 대학교 학생들이 시작한 주거공동체 Co-op sur Généreux(http://sites.google.com/site/coopsurgenereux2/en)를 보자. 2003년도에 맥길 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이 주거공동체는 13명이 사는 이층 건물이다. 대형쓰레기통 뒤지기(dumpster diving)를 하면서 먹거리를 마련하고, 이렇게 구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거리에서 나누어주는 ‘폭탄이 아니라 음식을(Food not Bombs)’이라는 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함께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생활에 대해 토론하고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리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 주거공동체에 들어가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까다롭다. 즉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해서 그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오랫동안 사는 사람이 적고 지역공동체와의 연계가 쉽게 이루어지진 않지만 새로운 실험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청년 마쓰모토 하지메의 저항방식을 참조할 만하다.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영화나 『가난뱅이의 역습』이라는 책으로 한국에 소개된 하지메는 학교가 알아서 졸업을 시켜줘야 할 만큼 ‘말썽꾸러기’였다. 캠퍼스에서 난로를 피우고 찌개를 끓여 술을 마시고 페인트를 집어던지는 습격을 감행하면서 하지메는 조금씩 대학을 변화시켜 나간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싸움의 기술이었기에 대학은 하지메를 졸업시키는 것 외에 이에 대항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니 대학을 접수하자는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꼭 대학의 총장실을 점거하고 대학의 운영권을 빼앗아야 대학을 접수하는 게 아니다. 뭐 좀 재미나고 새로운 일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며 찾을 때, 같은 대학에 다니지만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던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무언가를 도모할 때,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떠들며 경계를 없앨 때 이미 대학은 접수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대학은 외부의 평가에 매우 민감하다. 중앙일보사라는 일개 언론사가 진행하는 대학평가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외부와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 대학들은 학내의 일이 외부로 번져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향력의 정치를 행사할 수도 있다.
이런 내용들을 SWOT분석을 이용해 다음의 표로 정리할 수 있다.
외부환경 내부역량(사업/조직역량) |
기회(Opportunities) ㆍ경쟁→협동 ㆍ상업화→복지 ㆍ생협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 ㆍ대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 |
위협(Treats) ㆍ사기업과의 경쟁구조 ㆍ한국사회의 기업사회화 ㆍ대학생협의 사회적 위상 부재 ㆍ협동조합간 연계성 부족 |
강점(Strengths) ㆍ질 좋은 후생복지 실현 ㆍ대학구성원의 배움과 성장 지원 ㆍ물품선정에서 매장관리까지 민주적인 의사소통구조 ㆍ대학이미지 개선 |
SO전략 |
ST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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