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과 살림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동향 7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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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협동조합연대는 누구인가?
2013년 1월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협동조합연대’ 창립총회가 열렸다. 대표 발기인으로는 한국협동조합연구소를 만든 황민영 씨를 비롯해, 팔만대장경연구소장 종림 스님, 홍성덕 한국국악협회 이사장, 조정현 신부, 이길재 전 농수산TV 회장, 오영숙 전 세종대 총장,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 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 초대 위원장, 김애실 마중물연대 공동대표, 조윤명 전 특임장관실차관,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이 참여했다. 한국협동조합연대는 앞으로 협동조합 운동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협동조합 아이템 개발, 창립지원 컨설팅, 교육 및 운영 지원 등 협동조합을 위한 민간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임. 특히 사회적 소외계층과 공적 부문에 협동조합을 건설해 시장경제와 조응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둘 계획이라 한다.
이날 행사에서 박계동 사무총장(前 국회 사무총장)은 “우리 민족의 피에는 협동조합의 정신이 살아있다. 혹자는 협동조합이 서구에서 기원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호혜적 이타주의에 입각하여 공동체 정신을 키워왔던 우리 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보면 협동조합은 우리에게 맞춤운동 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두레’로 두레운동은 보릿고개를 넘고 새마을운동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의 에너지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날 행사에는 축사자로 고흥길 특임장관과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등이 참석했다.
- 한국협동조합연대와 제 2의 새마을 운동
3013년 3월 9일,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와 <데일리안>의 인터뷰(http://www.dailian.co.kr/news/news_view.htm?id=328222)를 보면, 기사 제목은 “박원순의 협동조합, 관주도하며 볼로냐 꿈?”이고 “좌파들의 독무대 폐단”, “선거에 이용할 생각이라면 수천개가 생겨나도 제역할 못한다”는 자극적인(?) 부제가 붙었다. 인터뷰 내용에서는 국민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관이 나서 주도한다면 지금의 서울시처럼 좌파 조직에만 협동조합을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인가한 협동조합들을 대다수 좌파 세력이 장악하고 있고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실무팀에 희망제작소나 아름다운 가게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한다. 아울러 반값식당을 반시장주의라고 보는데, “더 큰 문제는 좌파 내부에서 협동조합을 선거조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한 점”이라고 함. 임헌조 이사는 “협동조합을 좌파가 장악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협동조합에 대해 올바른 의미를 규정하고 발전시키기보다 조직화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데 있다”며 “민주당 원외 지구당 협의회장이 당원에게 협동조합을 홍보하고 있고, 민주노총 등에서 제안서 형태로 발표돼 통용된 일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임헌조 이사는 “국민 다수는 모르는 채 일부 좌파 활동가만 알고 있는 협동조합이 자라나고, 수혜를 받은 활동가들이 국민 속에서 협동조합이 아닌 사상을 이식시키는 폐단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수년 내 우리 사회에 협동조합이 수천개가 생겨나도 결코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헌조 이사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사무처장을 맡았던 사람으로 2013년 설 특사 55명에 포함되어 특별복권되었다. 2008년 대통령선거 때 뉴라이트전국연합 홈페이지와 신문광고로 이회창 씨를 비난하고 이명박 씨를 지지하는 글을 올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람이 한국협동조합연대의 이사를 맡은 것으로 그 단체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인터뷰가 한국협동조합연대 전체의견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의중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연대는 <한국협동조합기업연대>에서 명칭을 바꿨고, 제 1차 협동조합 전문가 초청 간담회 후원을 300여개 보수 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된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맡았다.
이런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의 ‘창조 경제’와 ‘제2의 새마을운동’ 논의가 있다. 2013년 2월 14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 18차 간사단 회의에서 안상훈 고용복지분과위원은 실업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조경제를 시장경제에서만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 경제까지 개념을 확장시”키자고 제안하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공동체적인 경제주체들을 활성화시키는 ‘두 번째 새마을운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공동체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인사에서 두레와 같은 상부상조의 미덕이 나라를 지키는 원동력이라고 말한 점과 일치한다. 그리고 이 운동의 확대를 읍면동 조직을 갖춘 새마을운동중앙회가 맡고, 이를 위해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위상과 조직을 정비하겠다고 인수위 관계자가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농림수산부도 2월 16일 인수위 업무보고 때 “제 2의 새마을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난 2011년부터 추진 중인 `함께 하는 우리 농어촌 운동'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확대 개편”해서 “농어촌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주민들 스스로 역량을 결집해 마을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수위는 복지 분야, 예를 들어 노인과 장애인시설 등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도록 하는 규정을 완화해 민간이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두 흐름에서 공통된 지점, 즉 ‘두레’에 대한 강조를 찾을 수 있다. 인수위와 한국협동조합연대 모두 두레를 정신으로 지목했고, 박계총 사무총장은 “두레운동은 보릿고개를 넘고 새마을운동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의 에너지 원천”이라고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두레를 언급했다. 이는 창조경제의 방향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협동조합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예측할 수 있다. 정부가 보장하지 못하는 일자리나 복지, 안전 등을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고 정부는 자원을 지원하되, 새마을운동중앙회나 한국협동조합연대가 이런 지원을 받을 주요한 창구가 될지 모른다. 반면에 협동조합운동의 역사를 일궈온 단체들이 2012년 12월 6일 만든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는 들러리로 전락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행보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