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이 화두이다. 그동안 근거 없이 치솟던 대학 등록금이 뭇매를 맞고 있다. 등록금이 제대로 책정되었는가의 여부를 떠나 그동안 사학재단들이 등록금을 어디에 써왔는지를 보자.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1년 동안 전국 사립대가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느라 쓴 돈이 무려 1조 2,668억 원이다. 그런데 그 중에 사립대 법인이 부담한 돈은 불과 1,366억 원(10.8%)이다. 결국 1조 원 이상의 학생등록금이 이런 일에 들어갔다. 학생들을 위해 그랬다는 건 궁색한 변명이다. 학생은 졸업해도 건물은 남으니까.
그런데 등록금만이 문제는 아니다. 대학을 다니며 생활하는 돈도 만만치 않게 든다. 지방에서 올라와 생활하는 경우 생활비는 몇 배로 뛴다. 예전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면 그나마 돈을 아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안 된다. 왜냐하면 요즘 기숙사는 대부분 민간기업이 관리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교육기관의 정체성을 버리고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2005년 정부가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해 기업이나 개인이 기숙사나 식당같은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기숙사들이 민간투자(BTL) 방식으로 세워진다. 기업은 일정 기간 동안 기숙사를 운영해 자금을 회수하고 15~20년 뒤에 기숙사를 대학에 기증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공짜로 건물을 받으니 이득이고, 기업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어 좋다. 피해를 보는 건 일반 기숙사보다 2, 3배 비싼 입주비를 내야 하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2009년에 사립대학들이 기업들에 학내의 공간을 임대해서 얻은 수익이 총 1,225억 원이다. 이렇게 번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 2010년에만 약 150억 원의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사립대학들은 수익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는다. 한국의 사립대학들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학원이니까.
지금 세종대에서는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대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운영하는 <세종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쫓아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종대는 학내의 모든 매장을 공개입찰하겠다며 2009년부터 생트집을 잡아 왔다. 대학본부는 <대학생협>이 적자운영을 하고 적립된 복지기금을 장학금으로 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학생복지위원회에서 시작된 <대학생협>의 목적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을 돕는 것이다. 싼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실제로 <대학생협>이 운영하는 매점이나 식당은 기업체가 운영하는 곳보다 훨씬 싸다. <대학생협>의 존재와 활동 자체가 학생들의 복지와 연관되니 굳이 따로 학교에 돈을 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민간기업의 운영체계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기업의 특성상 이익을 보려 할 텐데, 그런 기업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대학생협>보다 학생들에게 이로울리 없다. 더구나 협동조합은 일반기업과 달리 조합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도 갖추고 있다. 물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부터 품질까지 조합원들이 확인하고 참여할 수 있다. 그러니 업체보다 <대학생협>이 학생들에게 이익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세종대는 막무가내이다.
결국 법정까지 간 세종대와 <대학생협>의 분쟁은 지금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학교 비리로 쫓겨났던 이사장이 복귀를 시도하는 와중에, 2011년 4월 세종대는 <대학생협>을 상대로 학교식당 및 복지시설의 운영권을 위임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차 공판은 학교가 갑이니 어쩔 수 없다며 학교 측의 손을 들어 줬다.
법원이 정녕 대학의 공공성을 믿는다면, 대학이 정말 민주적인 공간이길 바란다면, 다른 판결이 나오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