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문화학과 학술세미나에 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마도 지행네트워크와 관련된 얘기, 내가 사는 방식에 대한 얘기가 궁금한 듯하다.
재미있는 분들이 참여하고 있어 한번 다른 분들의 강의를 들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이라면 이런 세미나가 많아져야 할텐데, 외려 이런 세미나에 대한 지원조차 거의 없다니...
중앙대의 모습을 보면 한국 대학의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지금 상태라면 이제 대학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이제 대학을 버리고 대학 밖에 '참대학'을 만드는 운동이 필요할 듯.
그런 움직임이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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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문화학 협동과정 십주년 춘계 공개 학술 세미나

 

취지: 삶의 총체적으로 조망해낼 문화 연구자들을 배출하기 위해 생긴 연세대 문화학 협동 과정이 올해로 열 살이 되었습니다. 설립 당시에 기대한 만큼 활발한 학제간 연계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유감으로 생각하면서 현 시대를 조망하는 십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를 준비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지금 우리의 일상을 압도하는 시장 권력사회에 대한 논의로 시작하여서 어떻게 다시 여기 각자 선 자리에서‘사회’를 소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추방 권력’과 ‘생명정치’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농업’ ‘환대’’마을’등의 다양한 주제로 논의가 될 이 세미나에는 이미 '달라진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실천적 연구자들이 초대되었습니다.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삶을 이론화하면서 작은 시내를 만들어가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배워가는 기쁨을 누리기 바라며, 수강하는 우리 우리 자신들 역시 시내를 만들어 새로운 바다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근대의 장례식을 누가 치를 것인가?

: 아바타, 잉여 인간, 그리고 복제 인간의 시대

 

1강 (3월 10일) 근대의 장례식을 누가 치러낼 것인가? - 히키코모리의 정치학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2강 (3월 17일) 추방 권력과 생명 정치

               (엄기호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3강 (3월 24일) 노동하는 우리는 환경의 적인가?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4강 (3월 31일) 10대/청소년이 감지하는 추방권력

               (김순천, 김희옥 /르포작가)

 

5강 (4월 7일) 자본주의의 공간과 ‘일방통행로’

              (김영옥/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전 연구 교수)

 

6강 (4월 14일) 장소, 성원권 그리고 환대의 인류학

               (김현경/ 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

 

7강 (4월 21일) 생명정치와 삶의 권리 찾기 

              (백영경 / 연세대 문화 인류학과 강사)

 

8강 (4월 28일) 이방인과 관용, 그리고 환대의 철학

               (김애령 / 이대 인문과학원 HK연구교수)

 

9강 (5월 5일) 내 친구의 단골집은 어디인가?

              (홍기빈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10강 (5월 12일) 자치와 자급의 공동체, 협동조합

              (하승우 / 한양대 연구교수, 지행네트워크 연구활동가)

 

11강 (5월 19일) 우정과 마을 이야기-수유+너머

                (고병권 / 수유너머 R 연구원)

 

12강 (5월 26일) 하자마을 십 년의 이야기-사회적 기업과 배움의 공동체 (전효관:하자센터 센터장 강원재:하자센터 기획부장)


민주노동당의 기관지인 '진보정치'에 칼럼을 쓰게 되었다.
첫번째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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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전략과 초심의 진보정치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서 다양한 집권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대안을 구상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힘이 없으면 도루묵이니 지금처럼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을 때 집권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런 논의에 묻어나기도 한다. 후보를 단일화하기 위해 선거연합을 논의하고, 선거에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모으는 등 진보정당의 움직임도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어리석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이런 물음을 던지고 싶다. 왜 진보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삼는가? 물론 정당이 집권을 목표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공직자를 배출하고 집권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책을 수립하고 정치교육을 진행하며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일도 정당의 중요한 기능이다. 선거가 정당의 정치력을 검증하는 중요한 실험대이지만, 그 실험은 일상적인 정치활동을 통해 뒷받침될 때에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일상적인 정치활동은 무엇일까? 신문을 장식하는 사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사건들이 일상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삶이나 욕구와 무관한 공공시설들이 많은 돈을 들여 허술하게 세워지고, 갑자기 멀쩡한 동네가 재개발지구나 사업지구로 지정되기도 한다. 그 지역과 상관없는 지역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뇌물을 받기도 한다. 어떤 공립 어린이집에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언론이 다루지 않는 이런 사건들이 주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당은 이런 사건들을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고 정책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 지역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민주주의를 경험하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활동으로 정당은 자신의 정당성과 정책을 시민들에게 조금씩 인정과 지지를 받으며 당의 강령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진보정당은 이런 과정을 얼마나 착실히 밟아왔을까? 2005년도에 민주노동당이 발간한 『당원 정치의식 및 정책성향에 관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보면 당의 일상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당원이 지구당원의 39.8%, 시도당원의 54.7%, 중앙당원의 61.8%를 차지한다. 그리고 일상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당원의 62.2%가 직장일이 바빠서라고 답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은 같은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 이런 상황에서 일반 주민들이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기대하는 건 환상이다.


물론 진보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속 시원한 말과 과감한 정치활동으로 시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지역에서도 진보정당의 지방의원들이 착실하고 꼼꼼한 정치활동으로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과 주민들이 진보정당을 믿고 자신들의 미래를 걸고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의원들만 돋보일 뿐 정당의 정체성은 점점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어떤 사람의 정당이 있을 뿐 정당의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진보정당이 자기 마을에서 하려는 일을 아는 주민은 얼마나 될까? 당원들이라도 그런 내용을 알고 참여할까?


이런 상황에서 집권전략을 논의하는 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선거가 다가왔으니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만나고 지역정책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선거철에 지역에 뭘 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보수정당에도 수두룩하다. 나는 다르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사람들의 생각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집권은 중요한 목표이지만 그것만이 진보정당의 목표일 수는 없다. 더구나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지금의 선거판은 내 편을 단단하게 다지지만 다른 편을 내몬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집권(執權)전략이 아니라 집권(集權)전략이 된다. 선거에 지든 이기든 친구보다 적만 늘어난다.


진보정치는 우리와 더불어 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가능하다. 나는 진보‘정당’보다 ‘진보’정당이 보고 싶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이 두번째로 책을 냈다.
한국사회에서 왜 풀뿌리운동이 중요하고 필요한가를 주장했던 [풀뿌리는 느리게 질주한다]의 뒤를 잇는 책이다.
이번 책에서는 우리의 풀뿌리운동이 어디까지 와 있고 무엇을 고민하며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다뤘다.
책의 제목은 최근의 유행을 쫓아 [모이고 떠들고 꿈꾸다: 풀뿌리에서 시작하는 좋은 정치]이다.

처음에 기획을 했을 때와 약간 구조가 바뀌었고, 중간에 필자가 교체되면서 기획의도가 다소 무뎌지기도 했지만 그다지 나쁘지 않은 작품이 나왔다.
다가올 6월의 지방선거를 냉소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계기가 이 책을 통해 마련되었으면 한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들어가는 글      하승우

1부 왜 우리는 풀뿌리인가
1장 내가 경험한 대변형 운동과 풀뿌리운동       장이정수·오관영
2장 그래, 나는 풀뿌리를 믿는다 하승우
3장 느리게 걷자 ― 풀뿌리운동의 역동성과 상상력을 위해       김현·최경송
4장 우리는 나보다 현명하다 ― 뉴미디어, 소통, 풀뿌리운동       조양호

2부 허울 좋은 분권과 주민참여제도, 어떻게 바꿀까
5장 ‘스스로’의 시대 ― 풀뿌리의 눈으로 본 분권과 자치       정규호
6장 시민이 연출하는 종합 예술, 직접참여제도       김현

3부 선거를 넘어선 지역정치 판짜기
7장 풀뿌리운동의 정치 참여, 필요성과 사례들       하승수
8장 네트워킹하고 그라운드 워킹하자       이호
9장 지역 네트워크 운동의 미래 ― 노원 지역을 중심으로       김태선
10장 ‘좋은 정치’를 위한 풀뿌리 정치운동을 제안한다       하승수

결론에 대신하여 ― 사회 흐름을 바꾸는 풀뿌리운동을 만들어가자       하승수 

아래의 내용은 들어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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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에 부활했으니 2010년이면 지방 선거는 스무 살을 맞이한다. 하지만 청년기에 접어든 지방 선거의 모습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부정과 비리, 부패가 난무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모습은 풀뿌리민주주의라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2006년 지방 선거 이후 구속된 자치단체장(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40명을 넘고, 성매매, 음주 운전, 뇌물, 폭력 등으로 구속된 지방의원도 수백 명을 넘는다.


이렇게 그 성장 과정이 불량하지만 이 책에 담긴 글들은 하나같이 지방자치제도를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1987년 6월 항쟁으로 어렵게 부활시킨 제도이니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오기일까? 그렇지는 않다. 잘못과 부작용이 많지만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불리는 지방자치제도는 식민지와 권위주의 체제를 겪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못된 모습을 보인 것은 맞지만 싹수가 노래서 그런 게 아니라 경험이 없는 탓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처럼 일제 강점기부터 백년 이상 조금만 비판적인 얘기를 꺼내면 빨갱이로 몰리고 자기 욕구를 드러내면 마치 이기주의자나 님비인 양 매도당하는 사회에서, 언제나 엘리트들이 나를 믿으라며 대중을 이끌려고만 하는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갖지 못했다. 아직 경험이 없어 익숙하지 않은 것인데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타박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그래서 풀뿌리운동은 ‘성장’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린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듯이 제도도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며 수정되고 보완되면서 제 길을 찾아가야 한다. 지금껏 보여준 모습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사춘기를 지나 성장하며 자아를 찾으면 제 몫을 다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방법에 모범 답안, 완성된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을 깨달을 수 있도록 지켜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중앙 언론에는 나쁜 모습만 비치지만 지역사회에서 소소하게 작은 변화를 일구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런 기대는 헛되지 않다. 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사람의 그릇이 그것에 맞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쉽다는 점에서 사람은 매우 소중하다. 이런 소중한 사람들이 이미 조금씩 지역사회를 바꾸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사람들이 만드는 길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능동적인 사람들이 더욱더 늘어나기를 바라면서, 모범답안은 아니더라도 뭔가 시사점을 줄 수 있는, 한 발 앞선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다. 풀뿌리 사람들이 자신의 활동을 되새기고 그 의미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이 책을 기획한 이유다. 더불어 고민을 나누며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1부에 실린 글들은 풀뿌리에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국가나 사회를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지는 않지만 나 자신을, 마을 사람들을 바꾸다보면 세상도 바뀌리라 믿는, ‘일상 속의 혁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바로 풀뿌리다.


1장인 ‘내가 경험한 대변형 운동, 풀뿌리운동’은 중앙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풀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와 중앙과 지역을 넘나들며 경험한 느낌에 관해 편지처럼 잔잔하게 얘기를 나눴다. 그동안 진행된 시민운동에 관한 반성과 더불어 활동가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2장 ‘그래, 나는 풀뿌리를 믿는다’는 풀뿌리운동을 지지하는, 객관성을 견지하기보다는 드러내놓고 편을 든다. 그동안 풀뿌리운동, 풀뿌리민주주의에 관한 관심도 있었지만 그것을 비판하거나 그 의미를 가볍게 여기는 시선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나 풀뿌리운동의 처지에서 그런 비판을 반박하는 글은 거의 없었다. 스스로 나서는 직접행동을 지지하는 날것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3장 ‘느리게 걷자 ― 풀뿌리운동의 역동성과 상상력을 위해’는 풀뿌리라는 말조차 틀에 박힌 관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 자신에서 시작하는 풀뿌리운동은 느리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튼다. 어떤 틀에 갇힌 인간이 아니라 자신과 타자를 돌아볼 수 있는 인간을 만들고 만나게 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풀뿌리운동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실험들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다.


4장 ‘우리는 나보다 현명하다 ― 뉴미디어, 소통, 풀뿌리운동’은 인터넷이 가져온 사회 변화에 주목하면서 그 의미와 풀뿌리의 관계를 분석한다. 풀뿌리와 더불어 소통이라는 말도 유행하지만 정작 왜,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 인터넷을 활용하자는 주장을 넘어 운동, 정치, 비전과 세력, 미디어라는 네 가지 지점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만날 수 있다.


2부 ‘허울 좋은 분권과 주민참여제도, 어떻게 바꿀까’에서는 2000년 이후 한국 사회에 도입된 주민발의, 주민소환, 주민투표 등 여러 제도들이 풀뿌리라는 도마 위에 오른다. ‘자치’, ‘참여’라는 말은 유행했지만 왜 우리 삶은 변하지 않고 나아지지도 않을까? 제도만 도입되고 현실은 바뀌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2부는 이 물음에 답한다.


5장 ‘‘스스로’의 시대 ― 풀뿌리의 눈으로 본 분권과 자치’는 한국의 역사를 분석하면서 국가와 자본이 만들어온 중앙 집권형 국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중앙으로 집중된 개발 전략은 지역의 자생적인 발전 가능성을 가로막고 토착 경제를 붕괴시켰다. 자립성을 갖추지 못한 지역이 자율성을 가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분권分權에서 자치自治로, 분산分散에서 자립自立으로 나아가는 전환이 필요하다.


6장 ‘시민이 연출하는 종합 예술, 직접참여제도’는 주민소환제도, 주민발의제도, 주민소송제도, 주민투표제도, 참여예산제도, 주민감사청구제도 등의 시민참여제도가 지닌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제도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까다로운 제도적 제약과 행정부의 미약한 의지가 주민자치를 갈구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더욱 자극하리라 기대한다.

3부 ‘선거를 넘어선 지역정치 판짜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를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라는 단어는 왠지 불순하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라는 속담이 있듯이, 가까이 하면 순수하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달리 보면 그런 느낌이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가로막아왔다. 우리가 하는 일은 봉사이고 복지이지 정치하고는 무관하다, 마을 만들기에 정치색이 끼면 곤란하다, 이런 생각이 정치로 향하는 우리의 관심을 가로막아왔다.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할까?


7장 ‘풀뿌리운동의 정치 참여, 필요성과 사례들’은 좋은 삶을 살려면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정치는 삶의 문제와 사회 공동체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좋은 삶을 살려면 좋은 정치가 필요하고, 풀뿌리운동도 좋은 정치를 위해 대의정치, 지역정치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헛된 공상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나라 안팎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8장 ‘네트워킹하고 그라운드 워킹하자’는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발전이라는 장기적인 전망을 스스로 만들고 실천하려면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과 신뢰 관계를 맺고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게 하며, 선한 마음을 자극하고 사회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사람들은 지역사회를 바꿀 힘을 만들어간다. 풍부한 사례와 함께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9장 ‘지역 네트워크 운동의 미래 ― 노원 지역으로 중심으로’는 서울시 노원구라는 구체적인 지역을 통해 네트워크운동의 가능성을 분석한다. 환경·교육·여성 등 다양한 관심을 가진 단체들이 어떻게 서로 어울리며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10장 ‘좋은 정치를 위한 풀뿌리 정치운동을 제안한다’는 지방 선거라는 어려운 과제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를 되짚어보게 한다. 관객 민주주의를 벗어나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여러 과제들도 제안한다.


이 글을 쓴 이들은 또 다른 ‘대변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렇게 목소리를 내려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기본 방향을 제시할 뿐 구체적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정하는 일은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글들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운영위원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은 것이지만 전체 구성원이 공유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은 아래에서부터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곳이다. 이음은 지역의 풀뿌리 단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단체로, 풀뿌리운동 사례를 조사해서 알리고 현장의 운동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이 사람들이 있어 외롭다 칭얼대지 않고 지금껏 걸어올 수 있었고, 앞으로 더 많은 꿈을 꾸며 걸어갈 수 있다. 함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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