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연구소가 이번 7월부터 1인 체제에서 2인 체제로 전환합니다. 기존의 하승우 소장과 함께 할 분은 녹색당과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에서 활동했던 김범일 님입니다. 앞으로 부소장 직을 맡아 하승우와 함께 이후연구소를 운영하실 겁니다. 2017년부터 서로 알던 사이이고 같이 몇 번 사업을 진행해본 사이라 케미가 좋으리라 예상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왔으니 그만큼 이후연구소가 맡을 일도 늘어납니다. 지금까지는 하승우의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회원들과 소통했고 활동도 최소화시켜 왔지만 이제는 이후연구소의 기획사업들이 준비될 예정입니다. 회원들도 더 많이 모아 연구소의 재정도 강화시켜야 하고, 부소장이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이 있으니까요. 그동안은 하승우 개인 중심의 작업이었다면 이제 이후연구소라는 단체의 활동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제 회원들과의 소통도 더 정례화될 예정입니다.

 

이후연구소의 대표 사업은 사회변화에 필요한 컨텐츠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은 글이 편한 하승우가 책을 내는 형태로 진행해 왔는데요, 김범일 부소장의 결합으로 이제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겸하려 합니다. 김범일 부소장은 말에 능한 사람인데요, 전직 전도사라는 개인 경험을 반영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중요한 지적 흐름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김범일 부소장의 다양한 컨텐츠를 기대해 주시구요.

 

그렇다고 김범일 부소장이 글을 안 쓸 것은 아니구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승우와 청()년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한 매뉴얼을 작성해서 책으로 낼 예정입니다. 하승우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김범일의 경험과 인도로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책이지만 책 이상의 역할을 할 텍스트로 만들 예정입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질문하는 형태로 개인적인 고민과 사회적인 고민을 엮는 글을 한 주에 한 편씩 써서 회원들에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후연구소의 주요한 또 다른 사업은 함께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독서모임, 공부모임을 해오다 코로나19 때문에 좀 뜸해졌는데요, 두 개의 큰 줄기로 모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나는 하승우가 진행하는 정치학 강의입니다. 대학에서 진행되는 정치학원론을 좀 더 현실적이고 한국적인 고민으로 재정리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좀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강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른 하나는 하승우와 김범일이 함께 진행하는 정당과 민주주의공부모임입니다. 이 모임은 정당과 민주주의와 관련된 책을 함께 읽고 서로 고민을 나누는 모임입니다. 강의와 공부모임은 좀 더 정리해서 가을에 공개하겠습니다.

 

옥천의 고래실이나 다른 단체들과 제휴해서 진행하는 특강들은 계속 비정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하승우와 김범일은 정치에 관한 토론을 활성화시키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기획도 내년 정도에 다양한 기획으로 담아내 보겠습니다.

 

, 그러니 이후연구소의 회원이 되시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 1회에 공개되는 하승우와 김범일의 대화 경계의 기록을 빨리 보실 수 있구요,

팟캐스트와 유뷰트로 제작될 컨텐츠도 미리 감상하실 수 있구요,

이후연구소에서 발간되는 책 1권을 받으실 수 있구요,

이후연구소에서 진행되는 강의와 공부모임에 무료 또는 비회원보다 낮은 가격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 이후연구소 회원가입은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NmvmpatYr2Vh-dGJCrQBSNowFTkGRxH7tz4On3iCblkVs1A/viewform?fbclid=IwAR3OwYicuL913t0EakwLjEDb-GN_3VlmPDRf-VteSctzpM7PNyceVICxIXk

이후연구소 관련 문의는 hereandnowlab@gmail.com 으로 해주세요.

 

함께 할 회원들을 기다립니다.

 

2022711

이후연구소 하승우, 김범일

<녹색평론>을 처음 접한 건 창간 이후 몇 달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시 프리조프 카프라의 신과학운동이나 한살림선언을 먼저 접했기에 <녹색평론>의 문제의식은 낯설지 않았다. 1989년 현실 사회주의권의 붕괴, 1991년의 소위 분신정국을 거치며 나는 뭔가 다른, 조금 더 근본적인 대안을 찾고 싶었다. 그러면서 <녹색평론>을 찾아 읽게 되었고, 1993년도엔 실리지 않았지만 당시 학생운동 내의 반(反)생명 분위기를 성토(?)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녹색평론>을 볼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생태계의 위기와 진보역사관의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는 고민은 이어졌다.

그 뒤로도 가끔 <녹색평론>을 뒤적이긴 했지만 독자로서만이 아니라 필자로 참여하게 된 건 2007년 이후였다. 당시 오창은, 이명원씨와 함께 <지행네트워크>라는 단체를 만들 때 김종철 선생을 처음 만났다. 교보문고 근처에서 밥을 먹으며 막걸리를 마셨고, 선생은 다른 지원 없이 각자의 돈을 모아 단체를 만드는 걸 무척 반기셨다. 하고 싶은 거 맘껏 해봐라, 내가 가끔 밥은 사줄게. 그렇게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것이 김밥모임(김종철 선생과 밥을 먹는 모임)의 시작이었고, 각자가 초대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밥도 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밥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

 

한국에서 식구(食口)의 의미는 이중적이다. 끼리끼리 모여 이해관계를 나누며 먹는 밥이 짬짜미라면, 사람들과 어울려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나누는 밥은 대동미이다. 자신감은 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북돋우는 것이고, 밥을 나누는 건 그 자신감에 든든함을 더한다. 혼밥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밥모임은 어지러운 세상을 함께 견디게 한다.

매일의 일상이지만 먹는다는 행위만큼 이 세계의 질서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은 없다. 김종철 선생은 녹색평론에 실린 마지막 글에서도 먹음에 관해 이야기했다. 평소에도 선생은 해월 최시형 선생에 관해 자주 이야기를 했고, 이번 글에서도 이천식천(以天食天)’을 언급했다. “이 세상의 뭇 생명체들이 모두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자기도 다른 생물들이 공여하는 먹이를 먹고 생을 누림으로써, 그런 순환적 증여의 질서 속에서 삼라만상이 존재하고 있는 근본이치를 말씀하셨다. 여기에도 밥은 결코 누구 혼자의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들의 공희(供犧)의 산물이라는 것, 그러기에 밥을 먹는 행위야말로 가장 뜻깊은 공생공락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다.”(김종철, <코로나 시즌, 12개의 단상>, 녹색평론20207~9월호, 178.) 순환적 증여의 질서, 이것이야말로 밥의 질서이다.

좀비처럼 자기 식욕만 남은 존재가 아니라면, 뭇 생명들은 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또 그러면서 자신을 돌보기 위해 밥을 먹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의 위기는 이런 순환적 증여의 고리가 끊어지고 일방적인 먹이사슬이 만들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녹색평론>에 실린 글들이 강조하던 소농을 농업에 대한 강조로 받아들여진다면, 그건 의미를 단편적으로 만드는 해석이다.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순환질서를 유지시키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농 중심의 사회는 순환이 기본질서인 사회이자 그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힘에 맞설 수 있는 사회이다. 따로 떨어진 개별 농가의 질서가 아니라 자급력을 갖춘 소농들이 사회의 기반을 이루고 자치를 행사하는 사회이다. 김종철 선생은 이런 자치와 자급의 힘이 만들어져야 순환적 증여의 질서도 회복,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순환의 질서가 농업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진 건 순간이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순환될 거라 생각하면 부의 독점이나 상속도 덧없는 일이 된다. 반면에 순환이 아니라 축적과 독점이 상식을 차지하면 부패는 자연스럽고, 약자의 처지는 갈수록 나빠진다. 선생에게 기본소득은 순환의 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한 방편이었다.

성장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소농에 관한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들렸지만 지금 우리는 더 이상 경제성장이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경고하는 기후위기는 가장 구체적으로는 식량위기로, 그로 인한 갈등(전쟁)으로 경험될 것이다. 지금이야 버튼만 누르고 클릭만 하면 먹거리를 배송시키거나 음식을 사먹을 수 있지만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작물 재배지가 줄어들면 식량난이 심각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미 소득 상위층과 하위층의 장바구니는 유기농과 패스트푸드로 양분되고 있고, 이런 먹거리불평등은 건강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화두인 사회에서 소농은 순환의 고리를 다시 이으려는 노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만남을 막고 밥을 나눠 먹는 걸 금지하는 코비드19는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신자유주의를 대변하는 바이러스이다. 그런데 우리가 흩어지면 흩어질수록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질서는 강화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시대에 밥을 같이 먹는 모임이야말로 가장 급진적인 모임이다. 그 급진적인 시간을 함께 보냈기에 든든했고, 이제 그 기반을 나누는 것이 산자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를 생각하며

 

김종철 선생이 끝까지 놓치지 않았던 화두는 근대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마지막 글에서도 선생은 슬픈 미나마타를 쓴 일본 작가 이시무레 미치코를 언급하며 근대를 돌아본다. 그리고 단상의 마무리는 장일순 선생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 잘남을 겨누며 이름을 날리려는 것이 근대의 허명이라면, 장일순 선생은 바닥을 기어라고 했고 세상 사람들 앞에 감히 나서지 않는다(不散爲天下先)”라는 노자의 구절을 즐겨 인용했다. 김종철 선생은 이를 비폭력주의 행동의 원칙으로 해석하며 이 세상의 모든 목숨붙이들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저마다의 타고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각자가 자기중심적 배타적 권력욕망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가난해지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풀이했다(김종철. <나락 한알 속의 우주>,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엮음, 너를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녹색평론사, 2004), 71.). 성장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과잉이 아니라 검소이다.

개화기의 최시형 선생이 동학을 통해 비근대의 길을 열려 했다면, 장일순 선생은 소위 원주캠프를 통해 비중심, 비국가의 사유를 설파했다. 김종철 선생은 이 사상계보를 이은 사람이고 근대의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비근대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 책인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녹색평론사, 2019)는 그런 주장을 빼곡히 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까? 19891028일 한살림모임 창립기념식에서 장일순 선생은 ()에 관하여란 강연을 했다. “시는 무위이화(無爲而化)라는 최시형 선생의 말을 인용하여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존경의 문화로 돌아가야, 생명을 모시는 경제로 돌아가야 본원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한살림이 그런 모심의 생활태도와 관계를 키워가는 틀이 되기를 원했다)(장일순 지음, 나락 한 알 속의 우주(녹색평론사, 1997), 70.).

이 시의 세계관은 자기 밖의 객체를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근대적 세계관을 거부한다. 그리고 동일한 이원론에 기초한 객체를 변화시켜야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역시 거부한다. <녹색평론>에 실렸던 다양한 글들은 이런 세계관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고, 김종철 선생은 복지국가가 아니라 복지사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의 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런 방식만으론 시의 태도와 관계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외려 성장을 반대하고 개발을 막으려면 그것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하지 않는 것에 써야 한다. 권력을 잡아 한방에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면 일상에서 전환의 기반을 닦는 일에 더 많은 힘을 써야 한다. 어떻게 보면 시는 존중과 기다림을 통해 더 많은 힘을 끌어내는 방법,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이미 가진 힘을 끌어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환대라는 말이 주로 쓰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말은 모심이라 생각한다. 시천주(侍天主)라는 말처럼 모심은 하늘과 땅, 돌이나 풀, 벌레까지 모두가 한울님을 모시지 않은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시려면 먼저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그건 인간의 근본 한계를 자각하고,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줄 아는 정신적 능력”(126)을 기르는 것이기도 하고 나아가 남들과 더불어서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겠다는소국사상(小國思想)이기도 하다(김종철,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녹색평론사, 2019년), 126, 143쪽.). 김종철 선생은 물질적 빈곤보다 사상적 빈곤을 채우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는 이 과제를 잘 풀고 있을까? ‘녹색’, ‘그린’, ‘인권마저도 더욱더 성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야기하는 사회라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런 점에서 김종철 선생이 채우던 자리의 공백도 더 크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일망정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일념으로 물을 길어 붓기를 계속한다면 언젠가는 그 마른 나뭇가지에 푸른 싹이 돋아나는 기적을 보는 행운이 우리에게도 찾아올지 누가 알겠는가.”(앞의 책, 9.) 밥을 먹던 식객이자 다른 세상을 함께 꿈꿨던 동지로서 선생의 명복을 빈다.

- 소개: 공공성 개념을 교통, 복지, 의료, 먹거리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해서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알아본다. 공공성 개념의 기본적인 틀과 실제 쓰임새를 알아보고 한국사회의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

- 세미나는 요약강연과 강독으로 진행. 총 8회 매주 진행. 신청자는 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참석, 원하는 사람에게는 발제 기회 부여. 분할 신청 불가능.

- 이후연구소 회원은 신청 우선. 비회원은 신청 순서대로(회원신청이 늘면 비회원 신청이 불가능할 수 있음).

- 신청비는 이후연구소 회원이나 옛따책방의 친구일 경우 8만원, 비회원의 경우 13만원.

- 장소는 서울 옛따책방(홍대입구역 3번 출구 카페 본주르)

- 강독세미나 일정은 4월 21일(화)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반

신청은 다음 링크로. http://bitly.kr/zy4OBi2

- 진행 순서(가안)

1. 하승우, 공공성(책세상, 2014)

2. 오건호 등,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철수와영희, 2018)

3. 김상철, 무상교통(이매진, 2014)

4. 김창엽, 건강의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한울, 2019)

5. 김흥주 등, 한국의 먹거리와 농업(따비, 2015)

6. 김조설, 한국 복지정책 형성의 역사(인간과복지, 2017) 또는 양재진,  『복지의 원리(한겨레출판, 2020) 

7. 파블로 솔론 등,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착한책가게, 2018)

8주. 교육과 도서관의 공공성(텍스트는 추후 공지)

9주. 에너지 공공성(텍스트는 추후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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