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몽똘 2010.07.21 15:35

 

지난 5월의 지방선거로 새로이 구성된 지방정부가 인수위 활동을 끝내고 첫 단추를 꿰기 시작했다. 선거결과로 드러났듯이 이번 지방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매우 높은 만큼, 그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점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진보적 지방자치를 위한 첫 단추를 어떻게 꿰어야 할까? 나는 공무원 사회의 인식과 행정체계를 진보적으로 바로잡는 것이 그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어느 자리에서 공무원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새로 당선된 시장을 ‘오너’라고 불렀다. 그 공무원은 새로운 오너가 왔으니 그의 생각에 맞게 업무계획을 새로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활동이 끝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는 벌써 새로운 계획을 짜서 보고할 예정이라 했다. 기존의 계획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참여, 소통, 혁신같은 그럴싸한 단어들을 짜깁기한 계획이 마련되고 있었다. 이렇게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강조하는 행정체계에서는 진보적 지방자치의 열매가 영글기 어렵다.


그리고 그 공무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너라는 말을 들으며 공무원 사회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선거결과와 관련 없이 계속 자리를 지키지만 단체장은 4년마다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자치단체장의 성향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그에 맞춰서 계획을 짜는데 익숙하다. 그러다보니 사업에 진심(眞心)이 없다.


더구나 진보적 지방자치의 주인공에는 단체장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도 포함되는데, 공무원들은 그 단체장을 선출한 지역주민들의 생각에는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는다. 공무원노조도 이런 부분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공무원들은 주민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고 평가하는 걸 꺼린다. 자신들의 생각과 판단은 공적이고 주민들은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행정체계와 공무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진보적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어렵다. 그럴싸한 계획을 급히 마련해서 새로움을 강조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주민들과 함께 진지하게 새로운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이 당선된 자치단체장의 첫 단추는 이런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아쉽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노력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예를 들자면, 참여예산제도가 아무리 혁신적인 제도라 할지라도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그것은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 그리고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더라도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 구상은 실패하기 쉽다. 사실 참여예산제도가 처음 실시되었던 브라질의 뽀르뚜알레그리시에서도 공무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복잡하고 어려운 예산체계를 친절히 설명하고 인내력을 가지며 주민을 만나고 자신의 권한을 주민과 공유하는 공무원이 있어야만 참여예산제도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니 주민들만이 아니라 공무원들도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물론 이런 과정은 결코 짧은 시간 내에 마련되지 않는다. 1년 안에 새로운 성과를 보여주려 하지 말고 4년이라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며 조금씩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어울려 밥 먹고 놀며 즐기는 다양한 장들을 마련해야 한다. 사업 이전에 신뢰와 관계가 필요한데, 지방정부는 그런 것을 마련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생각을 바꾸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공무원들의 인식이 바뀌도록 사업의 계획, 집행, 평가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은 사장이 아니다. 사장은 자신의 판단과 능력에 의존하지만 시장은 끊임없이 시민들과 소통하며 판단을 내리고 시민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능력을 펼쳐야 한다. 향후 1년 동안 단체장은 그런 장을 마련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금 당장 성과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야 진보적 지방자치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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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똘 2010.05.24 09:35
 

이제 투표일이 다음 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을 찍을지 결심을 한 용인시민은 몇이나 될까? 지방선거 투표율은 1995년 68.4%, 1998년 52.7%, 2002년 48.9%, 2006년 51.3%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만이 아니라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투표율도 떨어지고 있으니 지방선거에만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방선거에 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것이 지방선거인데도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더욱더 부족하다. TV나 신문에 나오는 건 대부분 중앙정치이고 우리 지역의 소식은 아주 짧게 언급된다. 그러니 지역에 관한 정보를 구하려면 직접 인터넷이나 시청이나 구청 홈페이지를 검색해야 한다. 복잡하고 귀찮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중앙정치의 선호도에 따라 후보자를 뽑거나 그냥 투표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무심함이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옛날에 비해 시청과 구청이 많은 권한을 갖게 되었다. 돈은 중앙정부에서 나올지라도 시청과 구청이 도시계획, 보육과 복지, 교육, 교통 등 우리 일상과 관련된 정책들을 계획하고 집행한다. 순간의 실수가 4년을 좌우할 수 있고, 순간의 선택이 우리 아이, 우리 가족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더군다나 지금 용인시는 공천과정에서부터 심한 잡음이 일었다. 한나라당은 국민공천배심원단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오세동 후보를 시장후보로 공천했고, 민주당은 기준을 세우지 못하다 여론조사에서 밀린 김학규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여기에 인사비리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현재의 용인시장 서정석 후보가 출마했다. 그러니 누가 당선되더라도 용인시의 밝은 미래를 점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니 선거 자체를 포기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 한번으로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지 말고 선거를 이용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꿔보자. 선거에 앞서 최소한 이것만은 기억하고 다짐하자.


첫째, 사람과 정책이 비슷비슷해 차이점을 찾을 수 없다면, 나와 우리 가족이 필요한 것을 먼저 생각하자. 선거는 일꾼을 뽑는 장이니 내가 무슨 일을 시킬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후보자들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정책으로 만들도록 끊임없이 요구하자. 선거사무소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우리가 원하는 정책과 미래를 요구하고 후보자들이 이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도록 만들자.


둘째, 정책을 따지기 어렵다면 사람됨이라도 꼼꼼히 살펴보자. 선거홍보물에는 후보자의 재산상황, 병역사항, 세금납부실적, 전과기록 등이 나와 있다. 사람됨이라도 괜찮은 사람을 뽑아야 비리나 큰 정책실패를 막을 수 있다.


셋째, 지방자치는 좋은 대표를 뽑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정치에 참여하는 과정이다. 그러니 지방선거만이 아니라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지 않았다고 좌절하지 말고 당선된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계속 감시하고 문제가 있으면 주민감사제도나 주민소환제도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주민들이 주민발의제도나 주민투표제도를 통해 직접 조례를 제정하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제도 외에도 시청이나 구청 홈페이지에서 민원을 넣고 정보공개를 청구하며 용인시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투표 한번으로 행복을 바라지 말고 나와 우리의 행복을 위해 끈질기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자. 겨울 뒤에 봄이 오고 고난 뒤에 행복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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