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몽똘 2013.09.24 12:25

 한살림이 세상에 공표한 주요한 실천과제는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 지역살림이다. 이 과제들이 제각각인 것은 아니고 서로 연관된 것이지만, 넷 중에 가장 낯선 과제는 지역살림이다. 조합이 있는 지역의 살림살이를 관리하고 지역을 살리자는 뜻은 대충 이해되더라도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라고 자꾸 묻게 된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다지만 협동조합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협동조합 7원칙의 마지막 원칙도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concern for community)’인데, 이 역시 좀 추상적이다. 그 뜻을 보면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동의하는 정책으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말도 좀 애매하고, 정책을 통해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도 분명하지 않다. 차라리 협동조합이 거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사회로 환원하자고 명확하게 정할 수도 있으나, 그럴 경우 요즘 유행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협동조합은 일반 영리기업과는 다른 형태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두고 관계를 맺어야 할 텐데, 어떤 관계가 가능할까?

 

모심과살림연구소가 2012년에 발간한 『지역살림운동 길잡이』를 보면, “지역살림운동은 한살림이 그동안 역점을 두고 노력해 온 먹거리에 기반한 직거래 사업과 생활실천 활동의 경험들을 살려서 다양한 생활 속 과제들(교육, 환경, 복지, 일자리 등)을 협동의 힘으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조합원의 참여로, 이웃과 함께, 지역사회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생활양식과 삶의 터전을 만들어가려는 한살림의 뜻과 실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한살림고양파주는 “조직이 주도하는 지역살림 혹은 시혜적 복지의 지역살림에서 나아가, 스스로 생활의 필요를 조직하여 시스템과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정의를 받아들이면, 지역살림은 교육이나 환경 등 다양한 생활영역으로 한살림의 활동을 확장시키되 조합이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 그런 필요를 조직하는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지역살림을 통해 사업영역이 넓어져야 하지만, 그 활동을 담당하는 것은 조합이 아니라 조합원이다. 그리고 때로는 사업이 아니라 조합원과 조합의 체계로 지역사회의 필요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왜 지역살림을 고민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답은 홀로 사는 게 불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기득권층을 제외하면 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고, 기득권층이라 하더라도 기후변화나 핵사고를 홀로 감당하긴 어렵다. 그리고 국가는 삶의 디딤돌은커녕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을 것인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을 살린다는 건 내가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만 한다는 당위가 아니다. 지역을 살린다는 건 그곳에 사는 나를 살린다는 것이고 지역이 속한 나라를 살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관점을 넓히고 바꿔야 지역살림을 해야 할 이유도 생긴다. 그리고 지역살림은 조합원들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과 함께 움직이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다른 활동과 다르다.

 

그럼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부분은 바로 지역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이다. 눈에 보이고 머릿 속에 그려져야 감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지역이란 말은 참 감을 잡기 어려운 단어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은 내가 누구를 어디서 만나는지, 어디로 무엇을 하러 돌아다니는지를 지도에 표시하는 것이다. 여러 명이 그렇게 움직이는 선을 그리다보면 공간과 관계망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이것을 가지고 지역살림의 기본계획을 짤 수 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을 자료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지역살림운동 길잡이』를 보면, 지역살림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첫째, 왜 하려고 하는가(목적) : 조합원과 지역사회의 필요, 조직 목표에 대한 확인

둘째, 누구와 함께 하려고 하는가(주체) : 함께 할 주체와 제안자, 파트너 찾기와 연결

셋째 , 언제 시작하려고 하는가, 목표시점을 어디까지로 잡을 것인가(시간계획)

넷째,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실천기반, 자원 확보 등)

다섯째, 예상되는 장애물은 무엇인가(이해관계 등)

여섯째, 어떤 단계와 과정을 밟아갈 것인가(전략과 비전)

일곱째,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가(비용 및 효과 등)

 

가지 않은 길이기에 가야할 가치가 있다. 지역살림은 함께 살기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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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몽똘 2009.01.30 14:21

지역운동의 흐름과 노조의 개입전략

 

하승우(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① 지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운동의 흐름

 

지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운동의 흐름을 보는 시각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운동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주민대변형(advocacy) 단체들이 운동을 벌이고 있고, 이와 달리 ‘풀뿌리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들은 주민주체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대변형 단체들은 지역경실련이나 중앙 시민단체의 지역지부들이나 ‘참여’자를 붙인 단체들이라 얘기할 수 있는데, 주로 중앙정부와 관련된 이슈를 가지고 싸우거나 지방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에 풀뿌리 운동은 특정한 이슈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운동의 과정에 주민들을 얼마나 동참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승수는 풀뿌리운동의 주체를 “자신의 삶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 규정하고 중요한 것은 “단지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과정을 통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치능력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변화를 만들어나가는 힘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고 “주체를 형성해 나간다는 것은 풀뿌리운동의 실천과정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풀뿌리운동의 목적”(하승수, 2006a: 3)이라고 주장한다.

<표> 90년대 시민운동과 풀뿌리운동(오관영, 2007a)

 

90년대 시민운동

풀뿌리운동

운동 대상

사회구조(법과 제도, 정책)

사람과 생활(의․식․주)

운동 방법

하향식

(세상을 진단하고 논평하는 방식)

상향식

(자신이 원하는 일을 지가 좋아서 하는 방식)

운동의 주체

시민단체

주민

운동의 평가

성과 중심

(언론의 보도, 법제도의 변화 등)

과정 중심

(사람들과의 관계, 자기만족 등)

합의양식

선거와 관리주의

뽑기(?)와 자율주의

운동의 속도

빠름

(1년 단위 총회, 프로젝트 등)

느림

(중장기적 프로젝트, 계획 등)

이런 운동과 함께 생활협동조합운동이나 자활운동, 지역사회복지운동처럼 특정한 분야에서 운동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곳도 있다. 이런 분야의 운동들이 특수한 영역의 고립된 운동처럼 보일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적 경제나 복지국가 차원에서 미래의 비전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지역운동의 주요한 흐름으로 봐야 한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런 다양한 운동들은 민주화와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라는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이후의 주민운동, 빈민운동 등이 지역운동의 뿌리가 되었고, 95년도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에는 제도정치와의 접목을 모색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제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 지역운동은 도서관운동, 보육운동, 학교급식운동 등 다양한 생활상의 이슈들을 주요한 의제로 만들어가고 있다. 도서관이나 보육, 학교급식은 그 의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의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고 의식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도서관이나 놀이터, 공부방, 방과후학교 등이 일정한 공간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보육이나 학교급식 등은 지역사회 내의 사람들을 조직화하는 방식(기존의 단체들도 동참)으로 의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마을만들기운동처럼 다양한 의제들을 공동체 형성을 통해 해결하려는 운동의 흐름도 있다. 아파트공동체운동이나 생태공동체운동, 문화공동체운동 등은 마을만들기운동의 주요한 흐름이다. 한국에서 마을만들기운동은 눈으로 보이는 물리적인 공동체보다 사람들의 관계가 서로 어우러지며 보살핌의 망을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역운동의 중요한 주체인 여성들이 스스로를 조직하는 운동도 지역운동의 중요한 흐름이다. <대전여민회>나 서울 수유리의 <녹색마을사람들>(前<녹색삶을여는여성들의모임>)처럼 생활적인 이슈에 여성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경우는 지역운동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전화>나 <여성민우회>같은 단체들의 지부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정책 분석이나 성인지적 관점에 따른 예산분석 등 지방정치에 개입할 뿐 아니라 생활문화공동체를 형성해 가고 있다.

또한 주민자치센터나 주민자치위원회를 민주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전략도 지역운동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해 가고 있다. 그리고 참여예산제도나 주민투표, 주민발의와 같은 주민참여제도를 활용하는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계획이나 재개발, 주거권에 개입하려는 운동도 조금씩 활성화되고 ‘미래의 시민’인 청소년들을 지역사회의 주체로 구성하는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천안의 풀뿌리희망재단처럼 지역재단을 설립하는 운동도 추진중이다.

표>풀뿌리 시민운동사례 공모사업 수상사업(오관영, 2007b)

제1회(2003년)

풀뿌리상

주민참여형 삶터가꾸기 ‘가고싶은 놀이터 만들기’

서울 열린사회시민연합 북부시민회

풀잎상

주민과 함께한 문회유적 보전운동

경기 시흥 YMCA

풀꽃상

시민과 함께한 맹산반딧불이 자연학교의 녹지조성 및 관리

경기 분당환경시민의 모임

풀대상

협동과 자치에 기초한 생명의 도시만들기

원주 생활협동조합협의회

풀씨상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지역정치운동 등 여성운동

서울 동북여성민우회

특별상

지역노조와 함께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

노동건강연대

 

지역시민단체들의 행정∙의정 감시활동

전남 순천 YMCA 등

제2회(2004년)

풀뿌리상

주민소환제조례제정

광주시민단체협의회

풀잎상

상생의 실험대, 청주 원흥이마을 두꺼비서식지 보전운동

충북환경운동연합

풀꽃상

목포시건축물의허가등에있어장애인편의시설설치사항사전점검에관한조례 제정운동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목포경실련

 

제주도 친환경우리농산물급식 추진운동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제주연대

풀씨상

원주한지문화제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

 

나눔과 참여가 아름다운 지역사회 가꾸기

대전여민회

제3회(2005년)

풀뿌리상

무등산공유화운동

광주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풀잎상

마을어린이도서관 만들기를 통한 지역공동체형성운동

대전 알짬어린이 도서관

풀꽃상

고양시 노래하는 분수대 건립 저지 활동

고양 여성민우회

 

‘즐거운 멤버’ 사업을 중심으로 한 도봉시민회 지역운동의 깊이와 향기

서울 도봉시민회

풀씨상

주민과 함께 해온 신모라지역 마을만들기 운동

부산 신모라창조어마니회

 

동네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 경제살리기

대전경실련

제4회(2006년)

풀뿌리상

품앗이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을 만들기

서울 동대문구 품앗이 공동체

풀잎상

주민발의 조례제정을 통한 공공병원 설립운동

경기 성남시립병원추진위원회

풀꽃상

지역자치실현을 위한 의정참여활동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목포지부

 

살 맛 나는 임대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사업

서울 관악주민연대

풀씨상

자연 속에서 사회소외계층과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

서울 환경을 사랑하는 중랑천 사람들

 

부산시 북구 덕천교차로 하나은행 앞 횡단보도 복원운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북부지역회원모임

제5회(2007년)

풀뿌리상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도서관을 만들어 주세요

부산 희망세상

풀잎상

마을마다 어린이도서관만들기를 통한 생활공동체기반구축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

풀꽃상

성서공동체 FM <담장 허무는 엄마들>

(사) 성서공동체 FM

 

용인지역 이주민공동체와 함께 열어가는 다문화 지역공동체

한국CLC 부설 이주노동자인권센터 

풀씨상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건강마을 만들기

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

 

2006년 지리산권 공동학습 프로그램

지리산생명연대

 

 

② 지역운동의 방향에 대한 제언

 

지역운동은 근본적으로 풀뿌리운동의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고 믿는다(중앙정치에 대한 개입은 필요하지만 중앙운동과 지역운동 사이에 일종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 풀뿌리운동은 ‘지역’보다 ‘삶의 공간’으로 정의되어 “폭넓은 의미의 지역운동과는 구분”되고 있다. 즉 운동공간을 지역으로 설정한다 하더라도 전문가나 활동가 중심의 운동노선을 따르면서 사람들을 정치와 권력으로부터 소외시킨다면 풀뿌리운동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하승수, 2006). 즉 풀뿌리운동은 지역을 기반으로 삼기는 하지만 단순히 지역에서 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풀뿌리운동으로 정의되기는 어려운 듯하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지역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으로만 풀뿌리운동을 정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풀뿌리운동의 특징은 무엇일까?

- 풀뿌리운동은 주민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가는 운동이다.

- 풀뿌리운동은 주민의 구체적인 조건에서 시작하고 주민에 대한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전제하지 않는다. 상식에서 시작해 주민이 전체적인 사회구조를 깨달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풀뿌리운동은 활동가와 주민의 상호 이해와 신뢰관계 위에 구성된다. 삶의 터전을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은 활동가가 아니라 주민들이다.

- 활동가는 주민을 끌어가는 지도자가 아니라 주민이 세계를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 활동가는 새로운 지도자를 기르는 역할을 해야지 스스로 지도자가 되면 안 된다.

- 풀뿌리운동은 느린 운동이다.

풀뿌리운동의 과제는 현재 심각한 위기를 낳고 있는 식량과 에너지의 부족, 기후온난화, 비정규직의 확산 등에 대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운동세력과 연대를 해야 한다. 다만 그 연대는 자신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칙을 다른 운동에 확산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연대는 결코 그런 말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운동의 관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박승옥은 농업기반공사 노동조합, 전북공무원노조연맹 등이 새만금에서의 공사 강행을 지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어려움을 얘기한다. 기업별 노조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공공적 전망을 가지기 어렵고, 해당 사업과 일자리가 직접 연계되어 있을 경우 노동조합이 사업 자체를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운동 역시 노동운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의미를 부정하는 경향을 보이거나(하종강, 2006: 46) 시민적 공공성을 국가와의 관계에서만 확보하다보니 역설적으로 그 재현의 구조에서 국가에 포섭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조정환, 2005: 219).

이런 구체적인 실험들을 묶을 수 있는, 생활과 세계화를 잇는 대안담론이 필요하다. ‘탈정치 생활운동’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된 말인데, 생활운동이라는 말 자체가 강한 정치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정치라는 말은 선거나 정당같은 제도화된 정치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의견을 나누고 조절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뜻한다. 한국사회는 과거 식민지와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정치라는 말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운동세력에서는 정치라는 말을 지나치게 순수화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정치가 높은 선을 구현하고 악을 몰아내는 방법인양 사고되는데, 사실 정치는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 단계씩 발전하는 불순한 개념이다. 정치에 문제가 있을 수록 더욱더 적극적으로 정치를 실현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③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개입전략에 대한 제언

 

기존의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개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많다. 예를 들어, 하승수는 단체중심, 조직중심의 접근이 노조의 지역사회 개입을 어렵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방식의 개입은 주민을 배제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기 쉬우며 ‘주민들 속으로’ 들어갈 필요성을 없애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운동 중심의 관심에서 벗어나 복지, 환경, 교육, 문화, 성평등같은 생활의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같은 주장보다 구체적으로 그 지역사회 내의 의료와 교육현실에 대한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할 지역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또한 수평적인 의사소통과 사업진행, 몸으로 드러나는 뜻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한다(하승수, 2006). 김현우 역시 “노동운동 전반의 인식부족, 관성적 조직사업 작풍, 보수적 지반이 뿌리깊은 지역사회 분위기, 중앙집중․서울 중심으로 고착화된 운동방식”(김현우, 2005: 90)을 지적한다.

물론 몇 가지 사례로 긍정적인 결합관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김현우 외, 2006). 하지만 그런 사례들로 낙관을 하기는 어렵다. 지역사회 노동조합주의(community unionism)의 경우도 비정규직과의 결합에 소극적인 민주노총의 움직임을 볼 때 낙관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지역적인 의제에 관해 보수적인 견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생활상의 의제를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공장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그러려면 조합원과 조합원 가족을 분리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단위노조의 틀로 사고하는 관성에서도 벗어나 지역사회라는 틀로 의제를 구성하고 정치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

각 지역에 따라 현안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어떤 의제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의제를 얘기하기 전에 그 지역에 관한 구체적인 욕구조사가 실시되어야 하고,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주체들(조직화되지 않는 주민 포함)을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욕구조사를 하고 주민지도력을 파악하는 과정 자체가 지역과 연계를 맺고 지역운동을 시작하는 과정이다. 이런 부분에 공무원 노조나 전교조가 적극적으로 결합하면 좋다.

일반론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원칙을 말할 수는 있겠다. 반드시 생활상의 구체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고, 지나치게 높은 이념적인 대안이 아니라 작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의제를 선택해야 한다. 성공의 경험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의제를 선정하고 논의하는 과정에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고, 그 주민들을 볼 때 기존의 진보/보수틀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지역사회는 권력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진공의 장이 아니라 아주 촘촘한 권력관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지역적인 의제를 달성하려면 기존에 보수적이라 평가되는 사람들과도 연계를 맺어야 하고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념적인 잣대로 접근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념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또한 지역적인 의제를 해결했을 때 그 성과를 반드시 그 지역사회에 남겨야 한다. 보통 어떤 성과가 있으면 주요한 단체가 그것을 독점해 버리는데, 그러면 그 다음에 더 큰 연대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같은 편이 늘어나기 때문에 성과를 지역에 남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노조에게도 유리하다.

 

 

 

참고문헌

 

하승수. 2006a. “왜 풀뿌리운동이 희망인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창립토론회 주제발표문.

하승수. 2006b. “지역활동에 관하여, 시민운동 경험 통해 노동운동에 드리는 제언”. 《노동사회》 2006년 5월호.

오관영. 2007a. “풀뿌리운동이 희망이다”. 2007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제1차 정책포럼.

오관영. 2007b. “오래된 미래, 풀뿌리시민운동”. 《시회공헌과 시민사회》 2007년 가을호.

강수돌. 2007.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건설자본과 마을공동체”. 한국사회포럼 ‘연구참여단체’ 발표자료집.

조정환. 2005. 『제국기계 비판』. 갈무리.

박승옥. 2007. “사회운동의 전환, 적녹연대로부터”. 한국사회포럼 ‘연구참여단체’ 발표자료집.

김현우 외. 2006. 『지역사회와 노동운동의 개입전략』. 한국노동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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